K7과 어울리는 패션스타일로 꾸민 컬래버레이션 쇼룸.  /기아차 제공
K7과 어울리는 패션스타일로 꾸민 컬래버레이션 쇼룸. /기아차 제공
가을보다 겨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았던 지난 16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1층 로비에는 기아차의 준대형 세단 K7이, 안쪽에는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 디 알바자’의 정장과 재킷 등이 진열돼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자 멋지게 차려입은 20~40대의 남녀들이 1층 무궁화홀로 모여들었다. 기아차가 마련한 ‘젠틀맨 클래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여느 자동차 회사가 기획한 이벤트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차량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오후 6시30분에 행사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 하면 남자가 더 멋있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만 했다. 핵심은 ‘정장을 멋지게 입는 법’. 반하트 디 알바자의 디자인을 맡고 있는 정두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실장)가 △단 두 벌의 정장만 가질 수 있다면 무슨 색상을 골라야 할까 △이런 상황에선 어떤 정장을 입어야 하나 △정장을 멋지게 입으려면 어떤 부분에 신경 써야 할까 △비즈니스 캐주얼은 어떻게 입나 등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정 실장은 “두 벌만 가질 수 있다면 네이비와 그레이 색상만 있으면 된다”며 “진취적인 인상을 주는 네이비는 중요한 미팅에 입고 나가고 부드러운 느낌의 그레이 정장은 일상적인 업무나 데이트에 적합하다”고 했다. 또 넥타이를 하지 않는다면 행커치프로 격식을 갖추고, 비즈니스 캐주얼 역시 바지 길이가 발등까지 오도록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은 남성들의 패션 스타일도 자신의 품격과 인지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 벌을 입어도 제대로 입어야 자신의 경쟁력을 좀 더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K7 오너 7명에게 직접 스타일 조언과 함께 전후 비교 등을 해주면서 스타일링의 효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날 행사에선 ‘스타일링 체인지 클래스’와 함께 ‘스킨케어 클래스’를 통해 남성들을 위한 피부관리 및 메이크업 방법도 알려줬다. 행사장 한쪽엔 네일아트와 캐리커처, 메이크업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고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쇼룸에 전시된 ‘K7 슈트’였다. K7의 디자인을 콘셉트로 해 반하트 디 알바자에서 제작한 ‘컬래버레이션(협업) 정장’이다. 기아차는 작은 패션쇼를 통해 이 정장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벌였다. 김중대 기아차 마케팅팀장은 “젠틀맨 클래스는 기아차 K7 고객들의 품격을 높여주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며 “특별 제작한 정장은 정식 판매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7 슈트는 신축성이 좋은 링클프리(주름방지) 소재로 만들어 재킷을 입은 채로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해도 무릎과 등 부분이 구겨지지 않는다. 정 실장은 “운전은 남자들의 일상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실용성과 멋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한 정장으로 K7 오너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K7을 소유한 77커플(154명)이다. 기아차는 참석자들에게 가죽 드라이빙 슈즈를 선물했다. 앞으로 K7뿐 아니라 K9과 K5 등도 각각의 차급에 맞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관련 행사를 마련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기아차가 남성들의 패션에 신경 쓰는 이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고객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수입차의 공세는 여전히 거세다. 이제 차만 잘 만들었다고 많이 팔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기아차가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고 대규모 행사를 마련한 것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제 다음 단계는 이런 다양한 활동이 더욱 발전해 자동차 문화로 자리 잡는 일일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