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대덕서 개발한 기술, 부가가치 300조원
세종시 전의면에 있는 콜마비앤에이치.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2009년 200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네 배가 넘는 88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올해도 목표치를 10% 이상 웃도는 1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치봉 사장은 “2017년께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올초 선바이오텍에서 회사명도 변경했다”고 소개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달 말 4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대표하는 기업. 정부 출연연구소인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화장품 전문기업 한국콜마가 합작해 2004년 설립한 국내 1호 연구소기업이다. 출연연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매출 1000억원, 직원 100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40주년 맞는 대덕특구

이달 말 출범 4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는 요즘 각종 행사 준비에 들썩이고 있다. 대덕특구는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이 과학입국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학원도시 건설계획’에 따라 첫 삽을 뜬 게 출발점이다. 1978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시작으로 연구기관들이 본격 입주했다. 2005년엔 R&D 성과를 상품화, 창업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지정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56조원), D램(9조원), 디지털 전자교환기(7조원) 등 대덕 연구기관들이 개발한 기술로 만들어진 부가가치만 30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1970년대 7개에 불과하던 입주기관은 1400여개로 불었다. 종사 인력도 3000여명에서 6만4000명으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박사급 인력만 1만명이 넘는다. 국내 박사 인력의 10% 이상이 대덕에 모여 있는 셈이다.

○낮은 연구개발 생산성이 문제

콜마비앤에이치 같은 성공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덕특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기술 이전, 창업 등 기술 사업화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 연구비 대비 벌어들인 기술료 수입을 보여주는 연구개발 생산성 지표에서 국내 출연연(2.89%)은 미국 공공연구소(10.73%)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기술 사업화가 취약한 건 출연연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서 한국 대학과 기업의 지식이전지수는 5.19로 세계 25위에 머문다. R&D 투자 규모가 세계 6위까지 커진 것에 비해 기술 사업화 역량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사업화 연계 기술개발(R&BD) 사업 확대 △기술 이전 전담조직의 전문화·독립화 △대학 내 투자전담 회사 설립 △기술지주사 설립 확대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대덕특구 40년사’ 발간을 맡은 최종인 한밭대 교수는 “대덕특구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중소·벤처 기업과 보다 밀착된 R&D를 비롯해 연구소 간 벽을 넘어선 협력 연구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