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상사부문 인력 10% 구조조정
SK네트웍스가 전체 직원의 6%가량인 180여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구조조정했다. 해외 자원투자로 인한 부실이 커진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상품무역(트레이딩)업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20일 종합상사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180여명을 퇴직 처리했다.

이 회사가 인위적인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10년 만이다. 이 회사의 전신인 SK글로벌은 2003년 분식회계와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5일에만 대거 131명을 퇴직 또는 자회사로 전출시키는 인사명령을 냈다. 이 회사의 정규직 직원수는 지난 3분기 기준 2964명이다. 이 중 수익 구조가 탄탄한 워커힐(호텔) 소속 직원과 휴대폰 유통, 패션 부문의 직원을 뺀 상사 부문과 자원개발, 본사 인원 등 총 1700여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파악됐다. 퇴직이 확정된 직원들은 직급과 근속 연수에 따라 5개월에서 20개월치 임금을 위로금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회사는 직원들에게 “기한을 정해놓고 사직 권고를 하거나 퇴직 신청을 받는 등의 강제적인 절차는 없다”며 “업무가 중복된 팀을 합치기 위해 10년차 이상의 팀장급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퇴직 신청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낮은 연차 직원도 퇴사 대상에 포함돼 ‘눈물의 구조조정’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는 전통적인 종합상사의 역할이 약화된 가운데 자원개발 등 신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2010년 9월 브라질 철광석 기업인 MMX의 지분 13.69%를 총 7억달러에 매입한 것이 문제였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브라질 경제가 휘청대면서 지난 1분기에만 총 19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SK네트웍스는 조직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상사 및 자원개발 부문 등을 중심으로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SK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와 관련,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기보다는 계열사의 자율적인 책임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종합상사도 SK네트웍스의 구조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작년 9월 본사인력 100여명을 에버랜드, 호텔신라, 삼성토탈 등의 계열사로 보내기도 했다. 상사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글로벌 상품 유통망을 갖추면서 종합상사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며 “신사업인 자원개발마저 부진해 구조조정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