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뚫는 남자', 대사 없이 '보는 음악'…객석 원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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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관객이 바라보는 기준으로 무대 왼쪽에서 피아노가, 오른쪽에선 플루트가 감성적인 선율을 뽑아낸다. 무대 중앙에선 주인공 듀티율 역을 맡은 마이클 리가 특유의 미성으로 애절한 연가를 부른다. 악기소리와 목소리는 마치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하지 않고 각각의 위치에서 소리 나는 원음이 섞이는 듯한 입체감을 빚어낸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기계 보조장치를 사용하는 뮤지컬 공연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던 소리다.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보고 듣는 음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다. 음악적인 완성도가 높은 한 편의 오페레타를 보는 듯했다.
프랑스 특유의 감성이 공연 전반에 진하게 배어 있다. 카트린 드뇌브 주연의 프랑스 뮤지컬 영화 ‘셰르부르의 우산’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국민작가로 불리는 마르셀 에메의 단편소설을 디디에르 반 코웰레르가 각색한 대본에 ‘셰르부르의 우산’ 작곡가 미셸 르그랑이 음악을 입혔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파리 몽마르트르 거리가 배경이다. 평범하고 소심한 우체국 공무원 듀티율이 우연히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황당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소통의 문제를 다룬다. 듀티율은 초능력을 이용해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도우며 민중의 영웅이 된다. 그는 부패하고 폭력적인 검사를 혼내주고, 짝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는다. 풍자와 유머가 가득하다.
주·조역 가릴 것 없이 배우들이 좋은 연기와 호흡을 보여줬다. 마이클 리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여전히 일부 발음에 한계를 드러냈지만 정확한 음정과 뛰어난 가창력, 성실한 무대 매너로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1인 3역을 해내는 임철형의 코믹 연기는 많은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 뮤지컬계 레전드’ 이정화의 존재감이 상당했다. 야채장수와 매춘부에 앙상블까지 여유 있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잡아줬다.
무대 양쪽 상단에 나뉘어 배치된 4인조 밴드는 빼어난 연주 실력으로 배우들의 가창을 더 돋보이게 했다. 노래와 연주가 적절한 음량으로 조화된 음악이 자연스럽게 객석에 전달됐다. 공연장 환경과 음악의 특성, 연주자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자 장치를 쓰지 않은 어쿠스틱한 느낌을 주도록 음향을 설계한 결과다. 강국현 음향 디자이너의 솜씨다. 공연은 내년 1월26일까지. 5만5000~11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보고 듣는 음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다. 음악적인 완성도가 높은 한 편의 오페레타를 보는 듯했다.
프랑스 특유의 감성이 공연 전반에 진하게 배어 있다. 카트린 드뇌브 주연의 프랑스 뮤지컬 영화 ‘셰르부르의 우산’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국민작가로 불리는 마르셀 에메의 단편소설을 디디에르 반 코웰레르가 각색한 대본에 ‘셰르부르의 우산’ 작곡가 미셸 르그랑이 음악을 입혔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파리 몽마르트르 거리가 배경이다. 평범하고 소심한 우체국 공무원 듀티율이 우연히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황당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소통의 문제를 다룬다. 듀티율은 초능력을 이용해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도우며 민중의 영웅이 된다. 그는 부패하고 폭력적인 검사를 혼내주고, 짝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는다. 풍자와 유머가 가득하다.
주·조역 가릴 것 없이 배우들이 좋은 연기와 호흡을 보여줬다. 마이클 리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여전히 일부 발음에 한계를 드러냈지만 정확한 음정과 뛰어난 가창력, 성실한 무대 매너로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1인 3역을 해내는 임철형의 코믹 연기는 많은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 뮤지컬계 레전드’ 이정화의 존재감이 상당했다. 야채장수와 매춘부에 앙상블까지 여유 있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잡아줬다.
무대 양쪽 상단에 나뉘어 배치된 4인조 밴드는 빼어난 연주 실력으로 배우들의 가창을 더 돋보이게 했다. 노래와 연주가 적절한 음량으로 조화된 음악이 자연스럽게 객석에 전달됐다. 공연장 환경과 음악의 특성, 연주자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자 장치를 쓰지 않은 어쿠스틱한 느낌을 주도록 음향을 설계한 결과다. 강국현 음향 디자이너의 솜씨다. 공연은 내년 1월26일까지. 5만5000~11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