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 낮은 의료수가 정책 '작심 비판'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사진)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해 “복지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국립대병원장이 보건당국의 정책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저수가(낮은 의료수가) 정책으로 병원들의 경영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는 것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분위기를 대변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정책)이 찌그러지고 복지만 남았다”며 “이대로 가면 보건의료 체계는 왜곡되고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은 정도(正道)로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의료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보건의료 정책이 아니라 복지 관점에서 나온 복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의료보장성 강화 정책은 국민 부담이 큰 질병 치료비나 입원비 등을 낮추겠다는 것으로 국민의 복지 혜택은 그만큼 늘어나겠지만 지나친 가격 통제로 의료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원장의 이날 발언은 선택진료·상급병실료 폐지 및 개선 방안과 4대 중증질환 대책 등 보장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불편한 기류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최근 의료수가를 지속적으로 낮게 책정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각종 비급여 치료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병원 수익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취임한 이 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장 취임 전 4년간 서울시 보라매병원장을 지냈다. 현재 대한병원협회 소속 한국병원경영연구원장도 맡고 있다. 의료계에선 ‘공격형’ 수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 4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서울대병원의 적자는 올해 6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병원 측은 원가 보전이 안되는 현행 의료수가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비상경영을 추진해왔다. 서울대병원 측은 내년 적자가 더 늘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