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최근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출을 받은 뒤 7일 이내 서면 등으로 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20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주요 은행들과 은행연합회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모아 국회와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소비자가 계약서류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 등으로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약 철회 시엔 손해배상 또는 위약금 등 금전 지급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금융사의 부당한 판매행위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5년 이내에 계약 해지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위도 이 법안 도입에 적극적이다.

은행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7일 이내 초단기 신용대출을 받아 급전 용도로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A은행 관계자는 “수백만원 정도의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후 며칠 안에 철회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고객이 대출 기간에 따른 이자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은행으로선 자금 조달과 운용 과정에서 ‘미스매치’가 생기고 그에 따른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담보대출의 경우엔 각종 설정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보통 시중은행이 1억원가량의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경우 60만~70만원 안팎의 근저당 설정비용을 부담하는데 대출이 철회되면 이 비용을 날리게 된다. B은행 관계자는 “대형 은행의 경우 담보대출에 필요한 설정비용만 연간 1000억원 정도 들어간다”며 “대출 철회가 늘면 비용 부담이 더 커지고 결국 다른 고객들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가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운영방식을 감독규정에 구체적으로 담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