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기업들 설비 투자 늘게 하려면 과도한 임금·노사분규 해소를"
“몸은 큰데 아직 어린이 옷을 입고 있습니다. 자본자유화 시대에 맞는 통화정책의 패러다임을 찾아야 합니다.”

김정식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교수·사진)은 2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니어재단 경제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기자와 만나 “한국 통화정책은 불가능한 삼위일체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불가능한 삼위일체’란 외환시장 자유화와 높은 무역의존도, 통화가치 안정은 동시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한국은 미국 유럽 등 금리 정책에 따른 자본이동 때문에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독립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자본 유입에 대한 규제와 함께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등 자본 유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차기 회장은 이어 “연금과 복지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 경우 복지 수요가 늘면서 국가 재정건전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제도 개선과 성장전략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제시해 기업과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한 정부에서 끝날 게 아니라 20년, 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계의 과도한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노사분규도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 설비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성보다 임금 인상과 과도한 노사분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민간연금 체계를 구축하고 생활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물가 급등을 방치할 경우 노조가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고용 안정을 위한 노사분규도 늘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이어 기업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으로 과학기술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기 회장은 “조선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