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규제? K팝·유튜브 등 모든 '중독' 규제할건가요?"
[ 김효진 기자 ] "'게임중독법' 발의는 단순히 게임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아닌 문화 콘텐츠를 규제하겠다는 것입니다. 만화 및 애니메이션, 유튜브, K팝까지 모두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공동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중독법'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1일 만화 및 영화계 인사까지 나서 규제 반대 목소리를 외쳤다.

게임 및 문화예술·시민사회 22개 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게임규제개혁공대위) 발족식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게임규제개혁공대위 위원장은 만화가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맡았다. 박 교수는 "내가 어렸을 적에는 만화를 사회 악(惡)으로 규정하더니 이제는 게임이 그 대상"이라며 "게임은 문화 콘텐츠이자 산업이고 예술인데 생산자는 위축되고 치욕감까지 느끼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중요한건 과정인데 게임중독법 운운하면서 (새누리당은) 업계 관계자들과 토론 한 번 하지 않았다"며 "지혜롭고 따뜻한 시각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발걸음을 시작하고자 공대위를 발족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족식에는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사무국장,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금상 문화연대 집행위원,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종득 대표는 "중독 표현 자체가 문화 컨텐츠 이해 부족에서 나왔다"며 "'중독 포럼' 관련자들은 게임 뿐만 아니라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등으로 그 대상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금 이 조항만 보자면 K팝도 중독성 있는 후크송을 규제하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볼 수도 있을 만큼 포괄적"이라며 "2011년 셧다운제 시행 때와는 달리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신 교수는 "4대 중독물질에 니코틴이란 확실한 중독 성분을 갖고 있는 담배는 왜 포함되지 않느냐"며 "인터넷 게임 콘텐츠가 해악한지 의심스럽기 때문에 헌법적으로도 유지되기 어려운 법"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발족 선언문에서 "과학적 의학적 근거 없이 추진되는 '게임중독법'과 게임 및 문화콘텐츠에 대한 마녀사냥식 공격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게임 및 문화콘텐츠에 대한 정책 연구와 포럼, 대국민 홍보 등 캠페인을 통해 긍정적인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영화, 음악, 만화, 웹툰 등 문화콘텐츠의 규제 사례를 비교하고 연구하는 포럼을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또 올해 안에 청소년 게임셧다운제 위헌보고서를 작성하고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작업도 공동 진행할 계획이다. 게임 이용자 1000여명이 참여한 플래시몹 퍼포먼스도 준비하고 있다.

공대위에는 독립음악제작자협회, 문화연대, 뮤지션유니온, 미디액트, 우리만화연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예술인소셜유니온,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게임개발자네트워크, 게임개발자연대, 게임마약법저지를위한'게임인'연대, 게임코디, 게임자유본부, 인디라!인디게임개발자모임, 한국게임학회, 한국스마트모바일서비스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등 22개 단체가 참여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