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가는 금융법안] 부산票心에 발목잡힌 정책금융기관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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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역구 의원 14명 '정책금융公 부산 이전법' 발의…'산은과 통합' 정부案 반대
정책금융公, 10월 사장 사퇴후 개점휴업
기업들 "어디에 자금지원 신청해야 하나"
정책금융公, 10월 사장 사퇴후 개점휴업
기업들 "어디에 자금지원 신청해야 하나"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정책금융기관 개편 방안이 3개월이 되도록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고사하고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발의를 해주겠다는 의원을 찾는 것부터 난항이다. 와중에 국회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정부 구상을 전면 부정하는 법안을 먼저 발의해 버렸다. 개편 대상인 정책금융기관들 사이에서는 “(정부 안이 통과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다닌다. 기업들은 “어디에 자금지원을 신청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헷갈려 하고 있다.
◆산은과 통합 개정안 발의조차 안돼
지난 15일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정책금융공사를 부산으로 이전하자는 ‘한국정책금융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 15명이 이 법안 발의에 동의했다. 유일호 의원을 제외한 14명이 현직 부산 지역구 의원이다. 정책금융공사 노조는 즉각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겠다는 정부 구상을 ‘없던 일’ 취급하고 있다. 정부 안에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 지방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빠지고 해양금융종합센터로 대체되자 입법 칼자루를 쥔 국회가 꺼내든 카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의 부산 이전 아이디어를 낸 게 공사 고위 관계자였다”며 “조직 해체를 피하려는 공사의 이해와 부산 국회의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정부 안이 어떻게 돼 있든, 정책적 필요성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심보”라며 혀를 찼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산에 이익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모든 정책을 판단해서 정부와 공공기관에 압력을 넣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자주 본다”며 “정부 내에선 이들을 ‘부산당(黨)’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산은·정금공·수은 ‘갈팡질팡’
정책금융공사 부산 이전이 해프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추진되는 양상이 되자 정부와 관계기관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산업은행법을 개정해 두 기관을 통합할 계획인 정부는 발의할 의원을 찾는 데만 석 달을 소비했다. 당초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이 하기로 했다가 동료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자 부담스럽다며 고사했다. 지금은 강석훈 의원이 대신 발의를 준비 중이다.
관계기관들은 국회만 바라보며 갈팡질팡이다. 산은은 공사와의 통합을 준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놓고 파리만 날리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일손이 부족한 실무부서에서 ‘TF에서 하는 일이 없으니 인원을 도로 돌려달라’고 할 지경”이라고 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10월 초 진영욱 전 사장이 사퇴한 뒤 수장 공백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는 아무래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공사 사람들은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국회 관계자들을 만나 부산 이전안을 추진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혼란은 더 크다. 산은·정책금융공사와 모두 거래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두 기관이 통합하면 여신을 줄일 것으로 생각해 다른 시중은행과 대출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전혀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서 자금계획을 다시 짜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산은과 통합 개정안 발의조차 안돼
지난 15일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정책금융공사를 부산으로 이전하자는 ‘한국정책금융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 15명이 이 법안 발의에 동의했다. 유일호 의원을 제외한 14명이 현직 부산 지역구 의원이다. 정책금융공사 노조는 즉각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겠다는 정부 구상을 ‘없던 일’ 취급하고 있다. 정부 안에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 지방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빠지고 해양금융종합센터로 대체되자 입법 칼자루를 쥔 국회가 꺼내든 카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의 부산 이전 아이디어를 낸 게 공사 고위 관계자였다”며 “조직 해체를 피하려는 공사의 이해와 부산 국회의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정부 안이 어떻게 돼 있든, 정책적 필요성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심보”라며 혀를 찼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산에 이익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모든 정책을 판단해서 정부와 공공기관에 압력을 넣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자주 본다”며 “정부 내에선 이들을 ‘부산당(黨)’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산은·정금공·수은 ‘갈팡질팡’
정책금융공사 부산 이전이 해프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추진되는 양상이 되자 정부와 관계기관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산업은행법을 개정해 두 기관을 통합할 계획인 정부는 발의할 의원을 찾는 데만 석 달을 소비했다. 당초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이 하기로 했다가 동료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자 부담스럽다며 고사했다. 지금은 강석훈 의원이 대신 발의를 준비 중이다.
관계기관들은 국회만 바라보며 갈팡질팡이다. 산은은 공사와의 통합을 준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놓고 파리만 날리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일손이 부족한 실무부서에서 ‘TF에서 하는 일이 없으니 인원을 도로 돌려달라’고 할 지경”이라고 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10월 초 진영욱 전 사장이 사퇴한 뒤 수장 공백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는 아무래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공사 사람들은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국회 관계자들을 만나 부산 이전안을 추진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혼란은 더 크다. 산은·정책금융공사와 모두 거래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두 기관이 통합하면 여신을 줄일 것으로 생각해 다른 시중은행과 대출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전혀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서 자금계획을 다시 짜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