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손의 60%는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연 8.9%에 달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죠. 부동산 투자 매력은 숫자로 증명됩니다.”

에드윈 콘웨이 블랙록 글로벌 대체투자전략그룹 대표(사진)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투자 환경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가 장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13-부동산투자 서밋’에서다. 한국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과 2위 기관투자가인 우정사업본부도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해외 부동산 투자 확대에 나섰다.

해외 기관투자가, 부동산 쇼핑

콘웨이 대표는 “글로벌 자금 흐름은 채권·주식 등 전통적 투자자산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워스왓슨에 따르면 글로벌 연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2003년 12%에서 2012년 19%로 급속히 증가했다. 맥킨지 조사에서도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2009년 4.1%에서 2013년 5.9%로 1.8%포인트 늘었다.

그는 “부동산이야말로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플러스 알파’를 추구할 수 있는 투자 대안”이라고 했다. 전통적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악화되고 시장 변동성을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적합한 투자처는 바로 부동산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금 해외 부동산 투자 다변화

‘K머니’ 중에선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해외 부동산 투자 선봉에 서고 있다. 특히 부동산 투자에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는 추세다. 선진국 위주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핵심 도시 중심에서 주변 도시로, 단순 임대 후 매각(코어 투자)에서 리모델링 등 부가가치 창출(밸류애디드 투자) 방식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엔디 강 국민연금 해외대체투자 팀장은 “대체투자 중 부동산 비중이 가장 크며 이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선진국 중심 투자에서 지난해부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높은 아시아 쪽으로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철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은 보험사업단의 대체투자 비중을 올해 4.5%(2조원)에서 내년 6%(2조8000억원)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오피스 투자 중심에서 리테일이나 로지스틱스(물류창고) 등 ‘밸류애디드’ 투자로 다양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트라우마’ 여전

그러나 국내 대형 연기금을 제외하곤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해외 부동산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2007년 금융위기 직후 대규모 손실을 낸 쓰디쓴 경험으로 리스크 관리에 더욱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승록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은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아픈 경험 때문에 한동안 해외 부동산 투자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민호 사학연금 CIO도 “금융위기 이전 이머징마켓 개발 프로젝트 중심의 투자는 대부분 성과가 좋지 못했다”면서 “동남아시아의 경우 성장 기회는 있지만 ‘테이퍼링(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이 가시화하면 쇼크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수정/하헌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