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 골프장 40%…자본금 다 까먹었다
국내 회원제 골프장의 절반가량이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들의 그린피 면제 혜택으로 운영할수록 적자가 누적돼 자본금까지 까먹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다. 여기에 입회보증금(분양대금) 반환 요구까지 거세지면서 자본잠식 골프장들의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자본잠식된 회원제 골프장 현황’(2012년 말 기준)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회원제 골프장 174곳 가운데 43.1%인 75곳이 자본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까먹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국내 회원제 골프장은 작년 말 기준 총 227곳으로, 대기업 사업본부여서 별도 감사보고서가 없는 골프장 등 53곳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75곳 중 69곳 자본금 전액 잠식

자본잠식 골프장 75곳 가운데 6곳은 일부 잠식 상태다. 나머지 69곳은 누적적자로 인해 자본금이 전액 잠식됐다.

재무구조 개선을 노리고 코스나 부지에 대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골프장은 33곳이며 이들의 재평가 이익은 평균 529억원에 달한다. 자산재평가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자본잠식 골프장 수는 90곳으로 늘어난다. 90개 골프장 중 자금동원력이 있어 부도 가능성이 낮은 대기업 소유 골프장(3곳)과 매각을 추진 중인 골프장(4곳)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자본잠식된 골프장 수는 83곳에 이른다고 레저산업연구소는 설명했다.

입회보증금, 부채의 56% 차지

입회보증금은 이자가 없는 부채로 평소에는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환급 시기(통상 입회 후 5년)가 도래하면서 골프장 존립을 뒤흔드는 ‘폭탄’으로 돌변하고 있다. 자본잠식 골프장의 입회금 총액은 6조9142억원으로 전체 부채 총액(12조3242억원)의 56%를 차지한다. 금융권 차입금은 1조9415억원으로 15.8%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입회금의 17%만 보장받은 골프클럽Q안성과 대중 주주제로 전환했다가 입회금을 모두 날리게 된 가산노블리제CC 사태 이후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 요구가 크게 늘어나 자본잠식 회원제 골프장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부채비율 5680%

자본잠식된 골프장의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은 평균 5680%다. 가장 높은 곳은 법정관리 중인 골프클럽Q안성(경기 안성)으로 27만1301%였다. 한 회계 전문가는 “골프장 부채 비율에는 입회보증금이 반영되기는 하지만 일반 기업들은 부채 비율이 200%만 넘어도 위험하다고 본다”며 “그동안 시행사들이 자기자본을 들이지 않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의존해 골프장을 지으면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