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가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의 지분 12%를 사들였다. BAIC는 현대차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자동차를 운영하고 있어 다임러의 지분 인수가 베이징현대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다임러는 BAIC 지분 12%를 6억2500만유로(8900억원)에 인수하고, 이사회 의석 2석도 확보했다. 외국 기업이 중국 국영 자동차제조업체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임러의 BAIC 지분 인수는 중국에서 아우디와 BMW를 따라잡기 위한 승부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벤츠의 올 상반기 중국 고급차 시장 점유율은 16%로 아우디(31%)와 BMW(25%)보다 낮다. 디터 제체 다임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AIC와의 상호 출자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임러의 BAIC 지분 인수가 당장은 베이징현대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베이징현대차는 BAIC와 현대차가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고 경영진도 절반씩으로 구성됐다”며 “합작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04년에도 다임러가 지분 인수를 추진했고 당시 생산기반이 열악했던 현대차는 이에 반대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현대차가 베이징에서 1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데다 충칭 등으로 눈을 돌리는 단계여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합작구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다임러가 BAIC 이사회에서 베이징현대차 경영에 대해 간접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