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MC사업부, 꾸준한 R&D투자·그룹내 부품 수직계열화 '강점'
2012년 8월 여의도 증권가는 ‘회장님 폰’으로 알려진 LG전자의 ‘옵티머스G’에 주목했다. 2010년 구본무 회장 취임 이후 LG전자가 1년간 절치부심해 개발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들과 대대적으로 협력해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했다. 당시 ‘옵티머스G’를 살펴본 증권가 관계자들은 LG전자 모바일사업의 재기 가능성을 점쳤다. LG전자 주가는 옵티머스G 판매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 4월 9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2분기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LG전자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옵티머스G 후속작으로 지난 8월 선보인 G2는 시장의 호평에도 불구, 국내 판매량이 예상을 밑돌았다. LG전자 주가도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LG전자는 휴대폰사업 부문에서 저력 있는 기업이다. 피처폰 시대에 초콜릿폰을 히트시키며 글로벌 점유율 10.4%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는 고전했지만 옵티머스G, G2 등 성능이나 디자인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LG전자에는 어떤 강점이 있어서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었던 걸까.

R&D 인력 1만7000명…연 3조2000억원 투자

첫 번째는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다. LG전자 R&D 인력은 약 1만7000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46%에 달한다. 연간 R&D 투자비용은 약 3조2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6% 수준이다. R&D 투자비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2010년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취임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는 다시 금융위기 이전의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R&D 투자를 꾸준히 확대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스마트폰 시장 진입이 경쟁업체들에 비해 늦었음에도 불구, 운영체제(OS) 안정성과 하드웨어 성능, 디자인 등에서 선두업체들을 추격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그룹 내 부품 수직계열화다. LG전자는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받고 있다. 또 LG이노텍으로부터 기판과 카메라모듈 등을,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등을 공급받고 있다. LG전자는 백색가전 제품에 적용되는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은 자체 생산한다. 이런 부품 수직계열화와 내재화 전략을 통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업만 놓고 본다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 있다.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메모리 반도체 부문 사업은 수직계열화 내지 내재화를 못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AP 및 메모리 부문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산업에서 기술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던 점과 차이가 있다.

세 번째는 글로벌 이동통신업체들과의 공고한 협력관계다. 휴대폰 사업이 TV와 PC 등 전통적인 정보기술(IT) 산업과 다른 특징은 유통채널이 일반적인 도소매 채널이 아닌 이동통신업체라는 점이다. 휴대폰은 통신망(3G·LTE 등)을 통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이기 때문에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중간 유통채널이 된다. LG전자는 과거 피처폰 사업을 통해 이미 글로벌 이동통신업체들과 공고한 사업관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공급망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었다.

급변하는 시장, 늦은 대응은 ‘약점’


LG전자가 이런 강점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MC사업부(휴대폰사업부)는 올 3분기 적자전환했다. 사업부가 적자전환한 원인을 단순히 시장 악화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 LG전자가 좀 더 빨리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다면 불황을 견딜 체력을 기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휴대폰 시장이 급변하는 시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은 아이폰의 실패를 점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이폰은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삼성전자와 대만의 HTC는 발빠르게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한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이 결과 전체 스마트폰 수요는 2009년 1억7000만대에서 2010년 3억대 규모로 급격히 성장했다.

LG전자 MC사업부, 꾸준한 R&D투자·그룹내 부품 수직계열화 '강점'
당시 LG전자 MC사업부는 피처폰 사업 호조로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기존 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내다 보니 새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유인이 약했다. LG전자는 결국 ‘혁신의 딜레마’에 빠졌다. IT의 역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IT 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존 시장은 빠르게 와해, 대체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지 못한 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는다. 만약 2007~2009년 당시 LG전자의 MC부문 실적이 양호하지 못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구글의 앤디 루빈이 LG전자에 안드로이드 채택을 요청했을 때, 더 적극적인 자세로 스마트폰 시장에 접근했을 수 있다.

김혜용 <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sophia.kim@wooriw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