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그 눈길…윈터 타이어, '표정'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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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무늬' 의 비밀
처음 뵙겠습니다. 자동차 타이어와 바퀴에 집착하는 남자. 박귀남입니다. 가을이 오기가 무섭게 겨울이 엄습해왔습니다. 자동차도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할 때죠.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타이어입니다. 눈길, 빙판길이 많은 겨울철에 철저한 대비 없이 차량을 운행하면, 큰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있죠. 이 때문에 최근 들어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 번쯤은 “겉보기엔 비슷한데 왜 눈길에 강할까?”라는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오늘 겨울용 타이어의 비밀을 파헤쳐 드립니다. 초고성능(UHP), 친환경 타이어 등 다른 제품들의 특성도 낱낱이 알려드리겠습니다.
겨울용 타이어 유연하고 깊다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겨울철 결빙도로는 일반 노면보다 4~8배가량 더 미끄러워 제동거리가 20~40% 늘어난다고 합니다. 특히 얼음 위에 형성되는 얇은 수막은 차량의 접지력을 ‘제로(0)’로 만들어 버리죠.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계절용 타이어는 위험합니다. 기온이 영상 7도 밑으로 떨어지면 고무가 경직되면서 제동력이 약화되기 때문이죠. 마치 같은 크기의 공을 굴렸을 때 말랑말랑한 정구공보다 딱딱한 야구공이 더 많이 굴러가는 것과 같습니다.
겨울용 타이어는 이 점을 고려해 개발됐습니다. 타이어 고무에 ‘실리카(이산화규소)’라는 소재를 첨가해 낮은 온도에서도 유연성이 유지되도록 만든 것이죠. 또 하나는 타이어에 새겨진 트레드 패턴(무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겨울용 타이어는 일반 사계절용 타이어보다 홈이 깊고 넓으며, 잔주름이 많습니다. 깊이 파인 형태는 바퀴가 눈을 찍어가면서 주행하도록 도와줍니다. 마치 눈 내린 산을 오를 때 사용하는 아이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잔주름은 전문 용어로 ‘커프(kerf)’라고 하는데요. 이는 노면과 닿는 면적을 최대한 넓혀줌으로써 제동력과 견인력을 향상시켜 줍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 겨울용 타이어가 눈길에 강하도록 설계된 것은 맞지만 ‘무적(無敵)’은 아닙니다. 사고 예방을 위해 눈길 저속 운행 등 안전운행은 필수입니다.
레이싱 타이어 표정은 없다, 질주할 뿐
레이싱 타이어는 말 그대로 경주에 출전할 때 사용하는 타이어입니다. 초고성능 타이어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이죠.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은 일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서킷에만 초점을 맞췄죠. 저항을 일으킬 수 있는 무늬는 과감히 배제했습니다. (물론 비가 올 때 사용하는 레이싱 타이어에는 배수 및 접지를 위한 무늬가 있습니다.) 또 접지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 타이어보다 훨씬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레이싱 경기를 보면 경주차들이 고속주행 혹은 코너링을 할 때 마치 지우개처럼 타이어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걸 심심치 않게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접지력도 중요하지만 내구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아무리 접지력이 좋아도 서킷 한 바퀴 돌자마자 너덜너덜해진다면 경기에 제대로 임할 수 없겠죠? 이렇게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타이어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타이어 제조사가 포뮬러원(F1) 레이싱 타이어를 개발했다는 것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고성능 타이어 부드럽게, 뜨겁게
이름만 봐도 스포츠카와 같은 고속주행 차량에 적합한 타이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초고성능 타이어도 겨울용처럼 접지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도로에 착 달라붙어 달려야 안전하고 코너도 날카롭게 돌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실리카 소재를 넣어 유연성을 높였습니다. 무늬는 다소 밋밋한 편인데요. 이는 노면을 달릴 때 발생하는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고속주행 때 나타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과열현상입니다. 고무는 뜨거워질수록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접지력이 향상됩니다. 온도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야 빠른 가속 및 민첩한 코너링이 가능하죠.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열은 타이어 마모 및 손상을 가져옵니다. 높은 온도를 견디지 못해 펑크가 나기도 하죠. 때문에 타이어에 깊게 파인 3개의 홈마다 두 줄의 ‘냉각핀’을 만들었습니다. 뜨거운 열기가 냉각핀을 타고 밖으로 나가도록 함으로써 과열현상을 억제하는 것이죠.
친환경 & 전기차 타이어 단순, 가볍게
레이싱 타이어가 고속주행에 초점을 맞췄다면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량의 타이어는 연비 향상에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회전저항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회전저항이란 주행 중 열이나 마찰에 의해 타이어에 발생하는 것으로 저항이 낮을수록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때문에 일반 타이어에 비해 야구공처럼 딱딱하면서 무늬가 단순한 편입니다. 무늬는 안정적인 주행 및 제동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새겼습니다. 이와 함께 무게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타이어 고무 배합기술도 적용됐습니다. 차와 타이어 모두 가벼울수록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겨울용 타이어 유연하고 깊다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겨울철 결빙도로는 일반 노면보다 4~8배가량 더 미끄러워 제동거리가 20~40% 늘어난다고 합니다. 특히 얼음 위에 형성되는 얇은 수막은 차량의 접지력을 ‘제로(0)’로 만들어 버리죠.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계절용 타이어는 위험합니다. 기온이 영상 7도 밑으로 떨어지면 고무가 경직되면서 제동력이 약화되기 때문이죠. 마치 같은 크기의 공을 굴렸을 때 말랑말랑한 정구공보다 딱딱한 야구공이 더 많이 굴러가는 것과 같습니다.
겨울용 타이어는 이 점을 고려해 개발됐습니다. 타이어 고무에 ‘실리카(이산화규소)’라는 소재를 첨가해 낮은 온도에서도 유연성이 유지되도록 만든 것이죠. 또 하나는 타이어에 새겨진 트레드 패턴(무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겨울용 타이어는 일반 사계절용 타이어보다 홈이 깊고 넓으며, 잔주름이 많습니다. 깊이 파인 형태는 바퀴가 눈을 찍어가면서 주행하도록 도와줍니다. 마치 눈 내린 산을 오를 때 사용하는 아이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잔주름은 전문 용어로 ‘커프(kerf)’라고 하는데요. 이는 노면과 닿는 면적을 최대한 넓혀줌으로써 제동력과 견인력을 향상시켜 줍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 겨울용 타이어가 눈길에 강하도록 설계된 것은 맞지만 ‘무적(無敵)’은 아닙니다. 사고 예방을 위해 눈길 저속 운행 등 안전운행은 필수입니다.
레이싱 타이어 표정은 없다, 질주할 뿐
레이싱 타이어는 말 그대로 경주에 출전할 때 사용하는 타이어입니다. 초고성능 타이어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이죠.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은 일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서킷에만 초점을 맞췄죠. 저항을 일으킬 수 있는 무늬는 과감히 배제했습니다. (물론 비가 올 때 사용하는 레이싱 타이어에는 배수 및 접지를 위한 무늬가 있습니다.) 또 접지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 타이어보다 훨씬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레이싱 경기를 보면 경주차들이 고속주행 혹은 코너링을 할 때 마치 지우개처럼 타이어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걸 심심치 않게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접지력도 중요하지만 내구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아무리 접지력이 좋아도 서킷 한 바퀴 돌자마자 너덜너덜해진다면 경기에 제대로 임할 수 없겠죠? 이렇게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타이어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타이어 제조사가 포뮬러원(F1) 레이싱 타이어를 개발했다는 것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고성능 타이어 부드럽게, 뜨겁게
이름만 봐도 스포츠카와 같은 고속주행 차량에 적합한 타이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초고성능 타이어도 겨울용처럼 접지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도로에 착 달라붙어 달려야 안전하고 코너도 날카롭게 돌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실리카 소재를 넣어 유연성을 높였습니다. 무늬는 다소 밋밋한 편인데요. 이는 노면을 달릴 때 발생하는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고속주행 때 나타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과열현상입니다. 고무는 뜨거워질수록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접지력이 향상됩니다. 온도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야 빠른 가속 및 민첩한 코너링이 가능하죠.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열은 타이어 마모 및 손상을 가져옵니다. 높은 온도를 견디지 못해 펑크가 나기도 하죠. 때문에 타이어에 깊게 파인 3개의 홈마다 두 줄의 ‘냉각핀’을 만들었습니다. 뜨거운 열기가 냉각핀을 타고 밖으로 나가도록 함으로써 과열현상을 억제하는 것이죠.
친환경 & 전기차 타이어 단순, 가볍게
레이싱 타이어가 고속주행에 초점을 맞췄다면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량의 타이어는 연비 향상에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회전저항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회전저항이란 주행 중 열이나 마찰에 의해 타이어에 발생하는 것으로 저항이 낮을수록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때문에 일반 타이어에 비해 야구공처럼 딱딱하면서 무늬가 단순한 편입니다. 무늬는 안정적인 주행 및 제동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새겼습니다. 이와 함께 무게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타이어 고무 배합기술도 적용됐습니다. 차와 타이어 모두 가벼울수록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