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주가 차라리 占 보는게 낫겠네
올 하반기 급등을 거듭한 네이버를 ‘추격매수’할지 고민 중인 일반인 투자자 강진호 씨(40). 정보 수집차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주가를 알아봤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8일 같은 날 발간된 두 증권사 리포트가 제시한 목표주가 최저치는 68만원이었던 반면 최고치는 90만원으로 목표치 간 격차만 최저 제시가의 36.7%에 달했기 때문이다.

적정주가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인터넷주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가 많이 공개된 시가총액 상위 제조업 종목의 목표가도 증권사별로 제각각이다.

○증권사별로 다른 ‘고무줄 목표가’


22일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SK하이닉스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LG화학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5사의 목표주가를 비교한 결과 목표주가 최고치가 최저치보다 17~57%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치 대비 최고치가 40% 이상 높은 종목만 한국전력(57.14%) 삼성전자(55.56%) 현대중공업(48.0%) SK하이닉스(47.06%) SK이노베이션(46.67%) 기아차(42.8%) 신한지주(42.18%) KB금융(40.63%) 등 8개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고 목표치를 제시한 키움증권(210만원)과 최저치를 제시한 이트레이드증권(135만원) 간 격차가 75만원이나 났다. 삼성전자의 이날 종가(145만원)보다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산업 둔화 경향과 삼성전자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며 “삼성전자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해 투자의견은 중립, 목표가는 135만원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 결정 등으로 주가가 꿈틀대는 한국전력도 같은 날(20일)에 메리츠종금증권(5만5000원)과 유진투자증권(3만5000원)이 목표가 최고치와 최저치에 해당하는 가격을 내놨다. 현대중공업도 이달 들어 불과 10여일 사이에 25만원(BS투자증권)부터 37만원(LIG투자증권)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제시됐다. SK이노베이션은 1주일 간격으로 15만원(LIG투자증권)과 22만원(KDB대우증권)이라는 목표가 양극단이 등장했다.

시총 상위 대형주에서조차 증권사별로 목표주가가 들쑥날쑥한 것에 대해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특정 기업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이 6개월, 1년 뒤를 보고 내놓는 평가는 다르기 마련”이라며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경기에 중점을 둘지, 기업이익에 방점을 둘지에 따라서도 시각차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고무줄 가격’ 읽는 법도 제각각

‘고무줄 목표주가’에 대한 대처법으로 전문가들은 원론적으로 최신 리포트를 우선시하고 해당 애널리스트의 평가추세를 장기적으로 관찰할 것을 주문했다. 목표주가는 기업가치 평가와 관련된 이론적 가격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높은 목표치를 중시할지, 아니면 박한 평가에 가점을 줄지에 대해서도 시각이 갈렸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시총 상위 종목에 경기민감주들이 많다 보니 글로벌 경기를 보는 관점에 따라 해당 종목 전망에 관한 편차도 큰 편”이라며 “경기민감주 투자자라면 해당 종목을 좋게 보고 주식을 사는 것인 만큼 높은 목표치에 믿음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애널리스트가 담당 종목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가 많은 만큼 박하게 매겨진 목표주가를 참고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안전한 길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