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 방식으로 수입차를 살 때 발생하는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르는 중개수수료가 차값에 반영돼 구매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지난 6월 시행된 ‘대부업법’이 리스 수수료를 상한선 제한 대상에서 제외, 수입차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수입차 매장.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리스 방식으로 수입차를 살 때 발생하는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르는 중개수수료가 차값에 반영돼 구매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지난 6월 시행된 ‘대부업법’이 리스 수수료를 상한선 제한 대상에서 제외, 수입차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수입차 매장.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1. 올해로 자동차 영업 4년째인 강모씨(31). 경기 불황으로 ‘빽차(영업실적이 없는 상황)’ 스트레스를 받던 그는 지난 15일 매장을 찾은 고객 한 명과 상담했다. 개인병원 원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고객은 메르세데스-벤츠 뉴 S클래스 차량 구매에 관한 모든 것을 강씨에게 맡겼다. 강씨는 9%의 리스 중개수수료가 포함된 견적서를 내밀었고,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선납금 3912만원에 36개월간 매월 353만3100원을 내는 조건이었다. 자동차 한 대를 팔아 강씨가 챙긴 수수료는 1250여만원이었다.

#2. 대기업 직원 김모씨(31)는 최근 수입차를 사기로 결심했다. 호기심에 들른 서울 강남의 수입차 판매점에서 리스로 구입하면 목돈을 들이지 않고 고가 외제차 오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김씨가 고른 차종은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가격 8346만4760원의 30%인 2503만9500원을 선납금으로 내고, 36개월간 매달 200만8500원을 납입하는 조건이었다. 김씨 차값에는 리스 중개수수료 8%(668만원)가 포함돼 있었다. 김씨는 딜러 주머니로 들어간 668만원을 고스란히 자신이 부담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리스 방식으로 수입차를 살 때 리스회사가 수입차 영업사원에게 알선비 명목으로 자동차 값의 10%에 달하는 리스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리스회사가 부담해야 할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중개수수료는 차값에 반영돼 수입차 구매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지난 6월 시행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이 리스료를 임대료 개념으로 해석, 금융상품에서 제외시켜 수수료 상한선 제한을 받지 않게 된 것이 불공정 관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는 ‘봉’…리스사 수수료 수천만원 부담

[경찰팀 리포트] 수입차 리스로 사셨나요? '수수료 바가지' 쓰셨네요!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수입차 매장을 찾아 구매상담을 하자 영업사원은 “리스는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추세”라며 “중소형 차량의 경우 월 100만원 이하로도 가능하다”며 리스 구매를 권했다. 리스는 리스사에 차량 사용료를 지급하는 개념이라 ‘사업비’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 감면효과를 노리는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많이 이용한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선납금만 내고 매월 일정액을 나눠 내면서 고가의 외제차를 몰수 있다는 이점 덕에 젊은 층의 수요가 몰리면서 수입차 구매 방식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리스료에는 ‘리스 중개수수료’라는 거품이 있다. 리스 계약 시 수입차 판매회사 영업사원들이 캐피털사에서 별도로 받는 알선비(중개수수료)가 차값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이 소비자에게 건네는 견적서에는 리스 중개수수료가 얼마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이 같은 업계 관행을 모르면 비싼 가격에 차를 구매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중개수수료는 이자가 붙는 원금에 포함돼 모든 부담을 구매자가 떠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입차 영업사원들은 리스 중개수수료를 차값에 반영하는 것을 ‘녹인다’고 표현한다. 평균 4~5% 수준이던 리스 중개수수료는 캐피털사 간 리스대출 경쟁이 심해지면서 2010년 이후 차값의 10~12%까지 치솟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수입차 업체들이 고객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중개수수료 관행 부추기는 대부업법

지난 6월 지나친 고금리를 제한하기 위해 시행된 대부업법이 수입차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업법은 대출 중개수수료를 최대 5%로 제한했다. 단 수입차 시장의 주요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운용리스는 중개수수료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대부업법 시행으로 수입차를 할부가 아닌 리스로 구매할 경우 수입차 판매사원은 10% 이상 리스 중개수수료를 챙겨도 면죄부를 받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요 수입차 리스회사의 영업은 확대되고 있다. 법안 시행 이후인 올 3분기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매출은 1856억원으로 2분기보다 38억원,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1003억원으로 16억원 늘었다.

과도한 중개수수료는 수입차 업계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수입차 영업사원들이 한 달 평균 보장받는 돈은 100만원 남짓. 차 한 대를 팔면 인센티브로 20만원 정도를 받는다. 월평균 5대를 팔아야 기본급과 인센티브를 합쳐 2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리스 중개수수료에 목을 매는 이유다.

○규제 필요 목소리…캐피털업계는 반발

과도한 리스 중개수수료 관행에 대한 비난이 일면서 규제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운용리스도 포괄적으로는 금융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고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서울 동대문을)은 “비교공시를 의무화해 소비자가 리스 중개수수료 등을 따져볼 수 있게 하는 소극적 규제와 중개수수료 상한선을 정하는 적극적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어느 방안이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없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개수수료 상한선을 정하게 되면 수입차 회사가 직영하는 리스사를 제외한 캐피털 회사들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업사원들을 캐피털사로 유인할 수단이 사라지면 수입차 업체가 직영하는 리스회사로 고객이 몰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 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규제하면 수입차 업체 직영 리스사를 제외한 나머지 캐피털사는 치명적인 영업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지훈/김태호/박상익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