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낳는 中…'베이비 특수' 840조원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향후 5년간 경제 효과가 최소 7900억달러(약 838조5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한 자녀 정책 포기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연 200만명의 아기가 추가로 태어난다고 가정하고 자녀당 드는 평균 양육비 7만9000달러(2005년 기준)를 감안한 수치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9~12일 열린 제18기 3중전회(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부부 가운데 한 명이 독자일 경우 두 자녀를 허용하는 ‘단독 2자녀 정책’을 선언했다. 1970년 후반부터 도입한 산아제한 정책을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정책의 변화는 급속한 노령화와 노동력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는 동시에 ‘소비를 통한 내수 진작’이라는 시진핑 정부의 경제 체질 개선 노력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중국인의 여론은 긍정적이다. 남방도시보가 지난 20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산 제한이 없다면 몇 명의 자녀를 갖고 싶냐’는 질문에 74.7%가 2명 또는 그 이상이라고 답했다.

당장 신생아 수는 늘겠지만 ‘베이비붐’과 같은 폭발적인 인구 급증 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자녀 정책’이 이미 무력화된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부유층은 원정 출산을 가거나 중산층 이상만 되더라도 1만위안(약 175만원)의 ‘사회부양비’를 내고 둘째를 낳고 있다. 강제 낙태와 정관수술 강요 등의 문제도 옛말. 이미 중국에서 사회부양비로 걷히는 돈이 1년에 200억위안(약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자녀 1인당 양육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메릴린치 등은 향후 5년간 연 100만~200만명의 신생아가 추가로 태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해 새로 태어나는 200만명의 아기가 13억명의 전체 인구 대비로는 적은 숫자지만 일본에서 한 해에 태어나는 전체 신생아 수의 두 배, 미국 연간 신생아 수의 절반에 해당한다. WSJ는 “투자자들이 이미 정책 변화로 수혜를 입을 기저귀와 분유 제조사 등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추세”라며 “둘째가 태어나면 중국인들이 교육뿐 아니라 더 큰 집과 차에 대한 지출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자녀 정책’ 폐지가 중국 경제의 문제를 심화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고, 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급격한 인구 변화를 겪는 중이다. 유엔에 따르면 중국의 총 인구 대비 노동가능 인구 수는 2015년에 정점을 찍은 후 15년간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다.

나단 시트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두 자녀 이상을 허용하는 정책으로 노동 인구가 증가하는 효과는 이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인 20년은 지나야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