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예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검을 수용하고 소위 부자감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연내에 예산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기재부가 부자감세 철회 등 제대로 된 재원대책을 가져오지 않으면 절대 예산안 처리에 동의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준예산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제1 야당 관계자들이 11년 연속 예산안이 법정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기는 것도 모자라 아예 처리하지 않겠다고 나선 형국이다.

준예산이라고 하지만 한국판 셧다운이다. 예산 편성이 안 되었기 때문에 헌법이나 법률에 의한 최소한의 지출의무 외에는 모두 동결된다. 예산 집행 전부가 동결되는 미국의 셧다운과는 다르다 해도 신규예산이나 사업예산이 동결되기 때문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사업 중단은 물론이거니와 민간경제에까지 충격을 주게 되고 나라살림의 시간표도 엉망진창이 된다. 10만여명의 공공근로 일자리도 날아간다. 미국의 셧다운은 오바마 케어라는 거대한 예산 사업 때문에 일어난 이유 있는 갈등이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내세우는 명분은 누가 뭐래도 정치정략에 불과하다.

국회 예산심의는 의원의 특권이 아니라 의무다. 그런데도 이를 정략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장병완 의장은 2007년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국회가 예산처리 시한을 넘기자 “민생을 걱정한다는 국회가 예산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던 당사자이다.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