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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눈앞의 현실을,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혁신적 기업들은 소비자 조사를 맹신하지 않는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나 제품 테스트도 잘하지 않는다. 시장 조사가 미래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1982년 지구촌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영화 ‘ET’는 모두 초기 시장조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 때문에 컬럼비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영화사들은 제작을 거절했다. 하지만 유니버설 영화사는 이 영화로 대박을 터뜨렸다.

우주와 세계를 향한 무한한 상상력, 소년과 외계인이 손가락을 맞대며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를 재연하는 장면이 대중에게 먹혀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20세기 후반 ‘대도적’ ‘더티 해리2’ ‘디어 헌터’ 등의 걸작을 쏟아냈던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막판 실족은 기존 평판과 성공신화가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그는 1978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로부터 백지수표를 받고 ‘천국의 문’이라는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감독은 제작의 모든 단계에서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길어야 석 달 정도로 계획한 제작 기간은 무수하게 반복된 재촬영으로 2년이나 걸렸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의 ‘오리지널 러닝 타임’은 5시간이었다. 그 영화를 2시간30분짜리로 편집해 극장에 내다걸었지만 결과는 대재앙이었다.

스토리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고 화면 연결도 엉성했다. 영화는 개봉한 지 불과 나흘 만에 간판을 내렸고 영화사는 무려 4000만달러의 손실을 입고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의 손실은 기네스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