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석채 전 KT 회장이 자신의 친척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부풀려 평가하려고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는 KT 계열 온라인교육업체인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 인수 과정에 관여했던 회계법인 관계자와 KT 임직원 등을 최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조사에서 KT가 회계법인 측에 ‘사이버MBA의 가치 평가가 135억원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KT는 다른 회계법인에 실사를 맡겼으나 기대대로 되지 않자 이 회계법인에 재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측은 ‘(예전에 실사를 맡겼던) 회계법인과는 다른 시각에서 보고서가 작성됐으면 한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버MBA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이자 이 전 회장과 8촌 관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지분 9.7%를 보유해 3대주주로 있던 회사다. KT는 지난해 7월 77억여원에 이 회사 지분 50.5%를 인수했다. 당시 KT는 유 전 장관이 보유한 일부 지분을 포함해 42명의 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였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KT가 사이버MBA를 적정 가격보다 비싼 값에 인수하는 등 계열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자본을 투입해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 말~내달 초순 이 전 회장을 소환해 관련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