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미국 집값 상승세 '주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타냐 피어슨은 올초부터 점찍어뒀던 방 다섯 개짜리 집을 지난주에 계약했다. 9월만 해도 33만달러였던 집값이 27만5000달러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 오름세가 주춤하다. 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 등 지난 1년간 집값이 초강세를 이어가던 지역의 주택 매매가 9월 이후 급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일부 지역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주택 구매 심리가 차갑게 식은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기준 1년 새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캘리포니아주다. 라스베이거스와 새크라멘토 등은 33% 이상,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 샌디에이고 오렌지카운티 등도 20% 이상 상승했다. 미국 전체 도시의 평균 집값도 12% 올랐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주요 도시의 집값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오렌지카운티 1%, 샌디에이고 2%, 샌프란시스코는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2년 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이후 가장 작은 상승폭이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RA)가 최근 발표한 10월 기존 주택거래 실적은 전달 대비 3.2% 감소한 512만채로 최근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건 주택담보대출 금리다. 5월 이후 대출 금리는 약 1%포인트 올라 모기지로 40만달러짜리 집을 사면 한 달 기준 상환금이 230달러 늘어난다. 캘리포니아주의 대출업체 개런티드레이트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는 존 위턴은 “상환금이 크게 올라 수요자들의 매매 심리가 한풀 꺾였다”며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이 2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정점을 찍고 다시 붕괴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상황으로 해석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WSJ는 “현재 고평가된 지역이라도 그 비율이 금융위기 이전의 24%에 비하면 낮은 수준(10%)이며, 지역별 편차도 크다”고 전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플로리다주 팜베이 멜버른 타이터스빌 등의 부동산 시장은 20% 이상 저평가된 상태고, 미국 도시 전체 평균은 여전히 4%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