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에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은 하나의 전술일 뿐 통화정책을 관통하는 철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장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가 하루 차이로 심리적 저항선인 16,000포인트와 1800포인트를 각각 돌파한 지난 22일 저녁. JP모간체이스는 기관투자가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양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면에는 훨씬 더 큰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테이퍼링이 결코 긴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는 Fed의 메시지를 시장이 드디어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지난 5월 의회 청문회에서 처음으로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더라도 경기가 악화되면 다시 늘릴 수 있고, 무엇보다 제로금리 정책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JP모간은 이같이 ‘테이퍼링은 무조건 증시에 나쁜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공개된 Fed의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많은 위원들이 “노동 시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 ‘수개월 이내에’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 이후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대신 오히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단적인 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목표금리를 제로(0~0.25%) 수준으로 내린 Fed는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게 되자 시중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해 왔다. 지난해 9월부터 실시한 3차 양적완화를 통해서는 매달 850억달러의 국채와 모기지채권(MBS)을 사들였다. 그러다 지난 5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차츰 줄여나가는 테이퍼링을 시작할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양적완화에 의존해 상승세를 지속해온 주식시장은 이후 테이퍼링 가능성이 부각될 때마다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