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처럼 쏟아지는 원색, 꽃과 소녀를 위한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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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화가' 도상봉의 딸 문희 씨 한경갤러리 초대전
1977년 낙엽이 물들어가는 가을날 아버지(도상봉 화백)는 떠났다. 부친을 잊으려 그림에 몰두하며 몸을 바삐 내몰았지만 붓을 들어도 외려 슬펐다. 어머니는 “나는 아버지 때문에 그림을 포기했지만 너만이라도 나 대신 열심히 하라”며 그림에서 꿈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전광석화처럼 ‘그래 내 꿈을 아버지에 뒤지지 않는 화가로 삼자’고 단박에 결정했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뛰어다니며 미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림에 몰입한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의 환한 얼굴이 화폭에 겹치기 시작했다. 부친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70대에도 붓질을 이어가고 있는 서양화가 도문희 씨(74)의 이야기다.
한국 현대미술을 선도한 도상봉 화백(1902~1977)의 막내딸 도씨가 25일부터 내달 6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럽에서 활동한 도씨는 강렬한 표현주의적 색상을 주조하는 화가로 정평이 나 있다. 꽃, 예쁜 소녀, 부드러운 풍경 등을 역동적인 필치로 표현한 그는 부친이 자주 그린 백자에 담긴 꽃다발을 자신의 기법으로 재해석해 왔다.
어린 시절 무용을 배운 그는 “아버지 작품에서 자주 소재가 된 라일락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내 그림은 정신적 긴장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첨예한 순간들을 잡아내기 때문에 내면에 지닌 몸짓”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 ‘행복한 꽃’ ‘사랑스런 여인’ 시리즈는 화려한 색채와 대비되는 필선으로 인간의 역동적인 몸짓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강렬한 원색과 필선의 움직임을 통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꾀하면서 ‘표현주의 미술의 힘’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의 회화 세계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유랑의 필치로 원근법과 사실적 기법을 적절하게 원용하면서 큐비즘과 포비즘의 요소를 포함한 새로운 조형방법에 능란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했다. 화폭에 긴장과 파격,충만과 화려함을 리드미컬하게 담아냈다는 얘기다.
도씨는 부친의 권유로 그림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전창설멤버를 비롯해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예총 회장, 문총 최고위원 등 화단의 중책을 맡았던 아버지의 그늘은 예상외로 넓고 컸다.
그는 지난 50여년간 부친의 후광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 곳곳을 찾아 그림에 대한 허기를 채웠다. 서울에서 작업하는가 하면 뉴욕 샌프란시스코 콜로라도 괌 하와이의 빅 아일랜드 등을 찾아 역동적으로 삶의 움직임을 잡아냈다.
“늘상 음악을 들으며 일합니다. 그래서 제 작업은 맨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드보르자크의 ‘둠키’, 미국 록그룹 핑크플로이드의 음악 등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특유의 활달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구슬픈 정서가 풍기잖아요. 이들의 음악 세계는 워낙 깊고 투명해서 음 하나하나를 놓치면 안 되거든요. 그림에서도 어떻게 하면 그런 화음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했고요.”
그는 “원초적 감성인 듣고 그리는 행위 속에 삶에 대한 환희와 회한 슬픔이 응축돼 있다”며 “인간과 사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완강한 일체감을 연결해주는 감성적인 존재가 음악과 미술”이라고 덧붙였다. 도씨는 ‘꽃과 소녀를 위한 발라드’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 클래식과 록음악의 선율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듯 녹아 있는 근작 20여점을 내보인다. 문의 (02)360-42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전광석화처럼 ‘그래 내 꿈을 아버지에 뒤지지 않는 화가로 삼자’고 단박에 결정했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뛰어다니며 미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림에 몰입한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의 환한 얼굴이 화폭에 겹치기 시작했다. 부친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70대에도 붓질을 이어가고 있는 서양화가 도문희 씨(74)의 이야기다.
한국 현대미술을 선도한 도상봉 화백(1902~1977)의 막내딸 도씨가 25일부터 내달 6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럽에서 활동한 도씨는 강렬한 표현주의적 색상을 주조하는 화가로 정평이 나 있다. 꽃, 예쁜 소녀, 부드러운 풍경 등을 역동적인 필치로 표현한 그는 부친이 자주 그린 백자에 담긴 꽃다발을 자신의 기법으로 재해석해 왔다.
어린 시절 무용을 배운 그는 “아버지 작품에서 자주 소재가 된 라일락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내 그림은 정신적 긴장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첨예한 순간들을 잡아내기 때문에 내면에 지닌 몸짓”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 ‘행복한 꽃’ ‘사랑스런 여인’ 시리즈는 화려한 색채와 대비되는 필선으로 인간의 역동적인 몸짓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강렬한 원색과 필선의 움직임을 통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꾀하면서 ‘표현주의 미술의 힘’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의 회화 세계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유랑의 필치로 원근법과 사실적 기법을 적절하게 원용하면서 큐비즘과 포비즘의 요소를 포함한 새로운 조형방법에 능란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했다. 화폭에 긴장과 파격,충만과 화려함을 리드미컬하게 담아냈다는 얘기다.
도씨는 부친의 권유로 그림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전창설멤버를 비롯해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예총 회장, 문총 최고위원 등 화단의 중책을 맡았던 아버지의 그늘은 예상외로 넓고 컸다.
그는 지난 50여년간 부친의 후광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 곳곳을 찾아 그림에 대한 허기를 채웠다. 서울에서 작업하는가 하면 뉴욕 샌프란시스코 콜로라도 괌 하와이의 빅 아일랜드 등을 찾아 역동적으로 삶의 움직임을 잡아냈다.
“늘상 음악을 들으며 일합니다. 그래서 제 작업은 맨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드보르자크의 ‘둠키’, 미국 록그룹 핑크플로이드의 음악 등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특유의 활달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구슬픈 정서가 풍기잖아요. 이들의 음악 세계는 워낙 깊고 투명해서 음 하나하나를 놓치면 안 되거든요. 그림에서도 어떻게 하면 그런 화음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했고요.”
그는 “원초적 감성인 듣고 그리는 행위 속에 삶에 대한 환희와 회한 슬픔이 응축돼 있다”며 “인간과 사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완강한 일체감을 연결해주는 감성적인 존재가 음악과 미술”이라고 덧붙였다. 도씨는 ‘꽃과 소녀를 위한 발라드’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 클래식과 록음악의 선율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듯 녹아 있는 근작 20여점을 내보인다. 문의 (02)360-42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