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중치 못했던 서울시 정보공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국장급 간부가 결재한 모든 문서를 공개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간부 회의에서 중요한 정보는 비공개로 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 고위 관계자가 문서 정보공개와 관련해 털어놓은 얘기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국장급 이상 간부가 결재한 계획서와 보고서 등 문서 5만여건을 시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일부 회의 결과나 최종 연구용역보고서 등을 공개한 적은 있었지만, 모든 결재문서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서울시가 처음이었다. 시민들에게 시정 관련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24일 현재 서울시 발표대로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있을까. 시가 국장급 간부의 결재문서를 공개하는 ‘서울시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에는 대부분의 문건이 ‘비공개’로 설정돼 있다. 출장계획 승인, 휴가 신청, 근태 현황 등의 문서나 이미 언론을 통해 배포된 자료들만 ‘공개’돼 있을 뿐이다.

이유가 뭘까. 시 관계자는 “최종 확정되지 않은 서울시 정책이 언론을 통해 중간에 외부로 알려지면서 시정과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민감한 이슈가 담긴 문서는 각 부서에서 일정한 유예기간을 둘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시의 이 같은 해명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도시개발계획 등 이해 당사자가 많은 서울시 현안의 경우 모든 토의 과정이 외부에 공개되면 시로서도 최종 정책 결정에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정책의 경우 미리 언론에 공개되면 ‘김빠진’ 정책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다.

이런 문제점은 전면 정보공개를 시행하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신중한 검토 없이 무작정 추진했다가 불과 한 달 만에 정보공개 방침을 수정한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국장급에 이어 내년 3월부터는 과장급 이상 결재문서도 공개하기로 한 상태다. 시의 이 같은 방침이 또다시 알맹이 없는 구호뿐인 선언에 그칠 것 같아 걱정스럽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