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장진모 특파원
사진=장진모 특파원
“한국의 정치인과 비즈니스 리더들은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을 미래를 이끌 혁신가로 키울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한국의 지도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했다. 세계은행그룹 한국사무소 개설에 맞춰 내달 3일 방한할 예정인 김 총재는 지난 22일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에서 한국과 일본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한국의 성장잠재력 둔화 우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재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제개발 모델로 평가받고 있지만 지금은 성장잠재력 둔화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창조경제라는 매우 흥미로운 연설을 한 것을 기억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잠재성장력 제고와 경제의 지속성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중진국이 당면한 도전 과제”라며 “다른 나라보다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의 원천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또 혁신가가 되려고 노력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며 (그래서 내가)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어 한국의 주입식 교육 시스템과 빈약한 연구개발(R&D) 풍토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미래 세대를 혁신가로 키울 수 있도록 잘 정비돼 있는지, 그리고 기술·문화·금융 서비스 분야 등에서 위대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R&D를 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최근 핀란드 교육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작은 나라고 문화가 다르지만 핀란드의 교육혁신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 총재는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관련, “올해는 2.8%로 예상하고 내년에는 3.7%로 상승할 것”이라며 “10년 전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세계 경제 전체로 보면 매우 높은 성장률이다.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김 총재는 북한에 대한 세계은행의 경제 지원 계획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6·25전쟁 때 탈북한 피란민 출신으로 친척들이 아직도 북한에 남아 있다”며 “북한이 세계은행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정치적 돌파구가 열릴 경우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앞으로 정치적 돌파구가 열린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한국 내 다른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북한의 인도적 위기상황, 북한주민들의 고통과 관련한 보고를 매우 세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미얀마의 사례와 교훈을 배워야 한다”며 “북한처럼 폐쇄된 사회였던 미얀마가 개방된 이후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세계은행은 현지의 에너지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고 했다.

김 총재는 인천 송도에 개설될 세계은행그룹의 한국사무소와 관련, “기존 세계은행의 공적 대출 기능 외에 산하기구인 국제금융공사(IFC),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기능도 함께 수행할 계획”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새마을 운동’ 등 한국의 개발 경험을 전수받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한국의 지식과 활발한 민간부문 활동을 아프리카에 전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