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 취임후 확 달라진 농협과 신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구조조정 종속변수로 보지마라"…목소리 커진 임종룡·서근우 체제

“이제 우리가 판을 짜자.”(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 회장과 서 이사장이 ‘더 이상 들러리가 돼서는 안된다’며 내비친 말들이다. 농협금융은 얼마전까지 ‘덩치만 큰 곰’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보 역시 금융회사들의 ‘이중대’ 정도로 인식돼 왔다. 두 수장의 지적 후 농협금융과 신보의 변신이 주목받고 있다.
○동부, 한진해운 구조조정 주도
지난 21일 동부제철의 회사채 차환 지원 결의과정은 신보의 변신을 잘 보여줬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회사채 차환이 구조조정에 몰두하고 있는 동부그룹 전체의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인 만큼 신보의 양보를 요구했다.
하지만 신보는 채권단이 동부제철에 빌려준 8000억원에 대한 상환을 연장해야 차환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각 1100억원의 상환시기를 2년여 미루는 양보안을 내놨다.
한진해운 영구채 이슈에서는 달라진 농협금융의 면모가 드러난다. 농협금융은 한진해운이 사운을 걸고 추진 중인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에 필요한 보증 지원에 대해 앞장서 ‘불가’ 입장을 표명 중이다. 이에 따라 다른 은행들이 농협금융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임 회장은 지난 7월 조선, 해운, 건설 등 3개 경기민감 업종의 부실 관리를 위한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존재 과시 넘어 비전 보여줘야”
임 회장이 엘리트 코스를 거친 관료답게 농협금융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고 있다는 진단이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이 그동안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 없이 다른 금융회사들을 쫓은 탓에 부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 회장은 금융당국에도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STX조선해양에 대한 여신 분류를 정상 바로 아래 등급인 ‘요주의’로 분류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도 임 회장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질적인 적자 상태인 농협은행의 수익방어를 위해 임 회장이 뛰었다는 관측이다.
또 제 목소리를 내며 달라진 신보의 변화 역시 내로라하는 구조조정 전문가인 서 이사장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서 이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심의관을 맡으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깊숙이 관여한 이력이 있다.
이 같은 두 기관의 변신에 대해 금융가의 시선은 복잡미묘하다. 기관으로 보면 바람직한 변화지만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기관의 이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변화라는 점을 설득하고 새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