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글로벌기업 변신 승부…'뼛속까지 중국' 이미지 벗는다
세계 2위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중국 기업 이미지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웨이가 외국인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한편 외국인 직원을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인력 재편에 나섰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웨이는 최근 노키아 출신인 콜린 자일스, 영국 정부의 최고정보책임자였던 존 서포크 등을 경영진으로 영입했다. 또 중국 본사에서만 시행하던 우리사주 제도를 다른 국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11만명의 중국 국적 직원 중 7만4000명이 화웨이 주식을 갖고 있지만 외국인 직원은 그동안 이런 혜택을 보지 못했다. 롤랜드 슬라덱 화웨이 대변인은 “올초 인도 직원을 상대로 입사 2년 후 우리사주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며 “다른 국가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본사의 레스토랑을 서구식으로 리모델링한 것도 외국인 직원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화웨이는 이미 세계 140개 도시에 진출해 매출의 약 75%를 중국 밖에서 올리는 글로벌 기업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16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15만명의 전체 직원 중 외국인은 4만명뿐이다. 고위직도 모두 중국인이 장악해왔다.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탓에 해외 시장 진출에도 번번이 애를 먹었다. 지난해 미 의회 보고서는 화웨이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지목했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같은 잡음은 영국 호주 등 서방 국가에 전체로 퍼졌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샌디 션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더 강하게 구축한다면, 다른 나라로부터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접근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이미지 구축을 위해 외국인 영입 전략을 쓰는 중국 기업은 화웨이뿐만 아니다. 올해 휴렛팩커드(HP)를 제치고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로 올라선 레노버는 2005년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외국인 임원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