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회의 주최로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유택시 도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환경회의 주최로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유택시 도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경유택시를 도입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와 택시 노동조합, 액화석유가스(LPG) 업계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대기 오염과 재정 부담 가중 등의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오는 28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경유택시 도입과 유가보조금 지원 등을 담은 택시발전종합대책을 논의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6월 경유택시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택시운송사업발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5일 소위원회를 열어 법안을 심사한 데 이어 26일 택시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국토부는 경유택시 제도를 도입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올해 1월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는 택시대중교통법안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자 경유 압축천연가스(CNG) 등으로 택시 연료를 확대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 등의 택시업계 지원책을 추진해왔다.

多 반대하는 '경유택시'
하지만 대기 오염(환경부), 에너지 업계 간 형평성 문제(산업통상자원부), 재정 부담 가중(기획재정부) 등의 이유로 정부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국무조정실 주재로 관계부처 국장급 회의와 실장급 회의 등을 잇달아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택시 노조도 경유택시 도입에 부정적이다. 전국민주택시연맹과 전국택시연맹은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경유택시의 미세먼지는 종일 택시 안에서 일하는 택시노동자와 승객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택시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중심에 놓고 실질적인 택시 개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노조는 △유류비 세차비 등 각종 운송비용을 기사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운송비용 전가 금지 △택시 감차 시 전액 국가보조금 지원 또는 세금 감면 △복지기금 조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택시노조는 26일 서울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택시발전법 강행에 반대하고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국토부의 경유택시 도입 강행 움직임에 환경단체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37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유택시 도입 계획의 백지화를 주장했다. 이들은 “경유택시는 질소산화물이 LPG 택시보다 50배 넘게 배출되는 등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택시에 비해 유해물질을 많이 배출한다”며 “국토부와 여당은 다른 부처의 반대에도 택시업계의 대중교통화 요구를 달래기 위해 경유택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유택시 도입은 환경·건강 피해, 정부 재정, 대기환경 정책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대기 오염과 국민 건강 피해가 우려되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경유택시 도입 논의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