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의 극치' 공기업 인사] 국책사업·일자리 확충…증원 명분 주는 정부
박근혜 정부도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다. 당장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공공기관별로 할당하다시피 신규 채용 목표를 떠넘기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까지 5년간 공공기관을 통한 신규 인력 채용 규모만 8만6300명에 달한다. 매년 1만7000~1만8000명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 실시 후 인력재배치 규모만 3만3000명에 달한다. 인력 증원 계획도 이와 비슷한 3만3200명 규모다. 박근혜 정부가 끝날 무렵에는 공공기관 인력 규모가 지난해 말 25만4000명에서 31만명을 훌쩍 넘게 된다.

정부는 내달 발표할 공공부문 개혁방안에 별도의 인력 조정 계획은 담지 않을 방침이다. 인력 감축 목표나 적정 인원의 기준선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석탄공사 등 정원을 넘는 과잉인력도 내년에 신규 증원을 하지 않는 선에서 유지하고 업무 대비 유휴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년에 따른 자연감축 수준을 넘어서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힘들지 않겠느냐”며 “강제 구조조정은 민감한 사안이어서 섣불리 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들은 오히려 정부를 향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방만경영을 해결하라고 지적하면서 또 다른 쪽에는 시간제 일자리 채용을 독려하는 등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공공기관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돌리기 위한 업무를 분석한 뒤 내년도 채용계획까지 기재부에 제출한 상태다. 기재부는 이를 내년 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일부 공기업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정원 내에서 해결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직을 줄일 수 없어 무기계약직을 활용하는 등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관계자는 “국책사업을 대신 맡기면서 인력을 늘려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정책 책임을 마녀사냥식으로 공공기관에 떠넘기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에너지 안보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야 하는데 단기간 성과 내기식으로 비판을 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의 국책 사업 때문에 정원이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실제 인력이 넘치는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