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아카스서 가스 4500만t 캔다
요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한국가스공사 이라크 법인 직원들은 내년 2월 아카스 프로젝트 현장 캠프 완공을 앞두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카스는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에 있는 가스전.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만 해왔던 가스공사가 처음으로 가스전 개발에서 운영까지 도맡은 곳이다.

지난 18일 현지에서 만난 김명남 가스공사 이라크 법인장은 “비록 이라크는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상태지만 그만큼 자원개발에 대한 잠재력이 무궁무진해 세계 에너지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배당금과 서비스 수수료 받아

중동 최대 재건 시장으로 떠오른 이라크는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이란 다음으로 석유 매장량이 많은 자원부국이다. 확인된 매장량만 1500억배럴에 이른다. 원유 생산량으로 따지면 하루 320만배럴로 세계 7위다. 이는 한국이 하루에 소비하는 석유량과 맞먹는다.

확인된 가스 매장량도 세계 10위(22억t) 수준이다. 실제 매장량은 55억~60억t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는 이처럼 막강한 자원 인프라에 전후 복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라크 안바르주에 있는 아카스 가스전에서 가스공사 현지 인부들이 가스정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향후 20년 동안 총 84개 가스정을 시추할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 제공
이라크 안바르주에 있는 아카스 가스전에서 가스공사 현지 인부들이 가스정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향후 20년 동안 총 84개 가스정을 시추할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 제공
가스공사는 2009년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ENI와 함께 주바이르 사업에 지분투자(지분율 23.75%)한 것을 시작으로 바드라(22.5%), 만수리야(15%), 아카스(75%) 등 네 개 사업에 진출했다. 이 중 아카스 사업은 가스공사가 운영을 총괄한다. 나머지 사업은 지분투자했다. 현재 주바이르 유전에서만 하루 31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나머지 사업에선 2014~2015년께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국내에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신중론이 세를 얻고 있는 상황이지만 가스공사의 이라크 사업은 ‘흙 속의 진주’와 같다. 우선 탐사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없다. 자원개발에서 탐사에 성공할 확률은 통상 10~20%에 머문다. 하지만 이라크의 모든 사업은 매장량이 확인된 프로젝트다. 바드라 유전은 원유 총 8억배럴이, 주바이르 유전은 총 65억배럴이 묻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카스와 만수리야에 매장된 가스는 석유로 환산하면 각각 3억7800만배럴(4500만t)과 3억240만배럴(3600만t)이다.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지분투자에 따른 배당금과 함께 현지 파견 직원들의 기술개발 서비스 지원 수수료 명목으로 석유와 가스 생산량에 대해 배럴당 1~2달러어치의 원유를 받는다. 이를 되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가스공사는 이런 방식으로 이라크 사업에 투자한 총 145억달러 중 88% 정도를 자체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법인장은 “순투자비는 총 투자비의 12% 수준인 17억달러 정도로 예상된다”며 “2017년부터 20여년간 이라크에서 매년 발생하는 순수익은 최대 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한다는 게 가스공사 측 관측이다.

◆자원 소비국에서 투자국으로

가스공사는 카타르에서도 가스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등 중동 자원개발의 보폭을 넓혀 왔다. 지난 20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노스필드 가스전 곳곳에는 순도 높은 가스를 생산하기 위해 불순물을 태우는 불길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 매장된 천연가스는 186억t. 가스공사는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연간 소비량의 3분의 1(1060만t)을 노스필드 가스전에서 사들이고 있다.

동시에 노스필드에서 LNG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라스가스의 지분 5%를 확보한 뒤 인력을 파견해 자원개발 노하우를 익히고 있다. 탈렙 알아스바 라스가스 교육 책임자는 “라스가스 사업에는 엑슨모빌 등 글로벌 메이저가 참여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가스공사가 선진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향후 개발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도하=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