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넥스, 사업구조 재편 성공…'부활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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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투데이 - 박진규 대표
기업신용 C등급·4년 연속 적자→3분기 연속 흑자 턴어라운드
대주주 110억 사재 출연…대출 갚고 재무구조 개선
일반·사무 가구 비중 확대…판매채널 다양화·실적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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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에넥스는 1년도 채 안돼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 4월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으로부터 빌린 96억원을 당초 예정(경영정상화 이행 약정)보다 3개월 빨리 모두 갚았고, 올 들어 3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박진규 에넥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증자로 대출상환 자금을 마련했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성을 높였다”며 “뼈아픈 고통을 잘 이겨낸 만큼 강한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자신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직격탄
1971년 설립된 에넥스는 ‘오리표 싱크대’로 입식 주방문화를 국내에 도입한 업체였다. 회사 이름을 오리표에서 에넥스로 바꾼 뒤에도 한샘에 이어 국내 시장 2위(점유율 10%)를 지켜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가구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건설사 위주로 주방가구를 판매(특판)했던 시장이 위축된 것이 위기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방가구 시장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에넥스의 주방가구 매출 비중은 전체의 90%에 달했다.
○사재출연과 사업구조 개편
박 부회장은 창업자인 박유재 회장의 장남이다. 1986년에 회사에 들어온 뒤 1998년 에넥스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2003년부터 중국 법인 ‘이내스주구유한공사’ 사장을 맡았다. 에넥스 대표이사는 2010년에 됐다.
박 부회장은 위기가 찾아오자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우선 주방가구 비중을 전체 매출의 70% 수준으로 낮췄다. 대신 인테리어 가구, 소파 등 일반가구와 사무용 가구 비중을 30%로 끌어올렸다. 판매 채널도 다양화했다. 70%에 달했던 특판 비중을 50%로 줄였다.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72억원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박 부회장은 “해외 주요 거래처마저 거래를 중지하는 등 시련이 닥쳤지만 임직원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 주주들도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해줬다”고 말했다.
박유재 회장의 사재 출연도 큰 기여를 했다. 박 회장은 서울 동숭동 건물 등 11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회사에 증여했다. 노조와 협의를 통해 구조조정도 일부 시행했다.
○“강한 기업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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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7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고 영업이익은 46억원, 순이익은 38억원을 기록했다. 박 부회장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나가면서 실적을 개선했다”며 “올해 흑자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넥스는 중국 인건비가 오르고 각종 규제가 강화되자 중국 현지법인 ‘에넥스차이나’의 공장 부지를 지난 6월 매각했다. 대신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는 공장에서 가구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박 부회장은 “황간 공장은 국내 최대 설비를 갖추고 있어 중국 판매물량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며 “중국 공장을 운영하는 데 따른 고정비와 관리비 부담이 줄었고 영업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에넥스는 내년 말까지 통합온라인쇼핑몰을 구축, 인테리어 가구 온라인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책장이나 식탁 등 단품 위주의 인테리어 가구 비중을 크게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온라인쇼핑몰은 이를 위한 좋은 유통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울산 대구 등 대도시 위주로 신규 대리점을 늘리고, 협력업체와의 업무 제휴도 강화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위기를 겪으면서 ‘쉽게 위험에 빠지지 않는 강한 기업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부친의 창업이념을 이어받아 사회에 기여하는 따뜻한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