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연주와 춤, 그리고 발레…연출이 기가막혀
극 중 대사를 그대로 옮기자면 그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처럼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내내 흐르는 그의 음악은 친숙하다. 곡명과 작곡가는 몰라도 광고와 드라마 영화 등에 배경 음악으로 자주 삽입돼 누구나 들어봤을 음악이다. 그는 스스로 시대를 앞서 갔다고 평가했다.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일찍 이 세상에 왔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제작해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음악극 ‘에릭 사티’(김민정 대본, 박혜선 연출)는 대중에겐 ‘괴짜’로 알려졌으나 동시대 예술가들에겐 ‘천재’로 불렸던 프랑스 음악가 에릭 사티(1866~1925)의 삶을 독특한 형식과 구성으로 재조명한다.

라이브 연주와 그림자극으로 시작되는 극 초반부터 기대감이 높아졌다. 공연은 2013년 서울에 사는 젊은 영화감독 지망생 태한의 시각으로 사티의 삶과 사랑, 예술철학을 풀어낸다. 사티의 대표곡 ‘짐노페디 1번’을 매개로 태한이 시나리오를 쓰는 서울의 한 카페와 100년 전 영화감독 장 콕토, 화가 파블로 피카소, 공연기획자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음악가 클로드 드뷔시 등 당대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파리 예술 카바레 ‘검은 고양이’의 시공간이 연결된다.

노래와 춤, 대형 퍼핏(꼭두각시 인형)을 활용한 연출, 발레극 등 다양한 무대 언어가 짜임새 있게 조합돼 사티의 삶을 재구성한다. 사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극 중 태한을 통해 진하게 배어나지만 전체적으로 연극적 재미가 쏠쏠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압권은 사티의 ‘괴짜’ 기질과 음악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재현되는 15분 길이의 극 중 발레극 ‘파라드’다. 프랑스 무용가 마티유 보르 등이 출연해 전설로 기록된 발레극을 그럴듯하게 되살린다. ‘파라드’는 디아길레프 제작, 사티 작곡, 콕토 대본·연출, 피카소 무대, 레오니데 마신 안무로 1917년 파리에서 공연됐다.

박호산(사티) 김태한(태한) 배해선(수잔) 등이 좋은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다만 첫 공연이어서 긴장한 탓이었을까. 7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는 때때로 조화를 이루지 못해 음악적인 만족도를 떨어뜨렸다. 극 중 발레극 ‘파라드’는 잘 연주된 녹음 음악(MR)을 사용한다. 공연은 내달 1일까지, 3만~7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