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숙화랑의 개관 30주년 기념전 ‘컬러풀 코리아’에 전시된 이대원 씨의 ‘농원’.
박여숙화랑의 개관 30주년 기념전 ‘컬러풀 코리아’에 전시된 이대원 씨의 ‘농원’.
김환기 이대원 김종학 작가의 그림은 왜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걸까.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이태호 명지대 교수와 공동으로 기획한 ‘컬러풀 코리아’전은 이런 의문에 답을 구하는 전시다.

198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파트촌 상가에서 처음 문을 연 박여숙화랑은 김종학 김점선 박서보 등 참신한 신인들을 잇달아 발굴해 단기간에 국내 대표 화랑으로 자리잡았다. 27일 막을 올리는 이번 전시는 박 관장이 그간 성장의 밑거름이 돼 준 관객을 위해 마련한 조촐한 잔칫상. 사진작가 배병우, 서양화가 김환기 이대원 김종학, 염색장 한광석 등 다섯 예인의 작품 20여점을 통해 과연 우리 고유의 색감은 무엇인지 탐색한다.

전시의 서두를 장식하는 것은 사진작가 배병우의 창덕궁 가을 풍경. 그는 녹색과 붉은색의 보색대비가 화사하게 드러난 창덕궁의 가을 원림과 정자의 화려한 단청 속에서 한국 고유색을 발견한다. 농군이자 쪽 농사를 짓는 염색장인 한광석은 우리 선비와 아낙이 즐겨 입었던 청색을 비롯해 천연염색이 지닌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20여년 전 조선의 고유색을 재현해 화제를 모았던 한씨의 쪽 염색은 엷은 옥색부터 짙은 남색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배씨와 한씨의 작품이 오래도록 계승돼 온 전통색을 제시한 일종의 원론인 데 비해 김환기 김종학 이대원의 작품은 전통의 현대적 변용을 보여준다. 평생 청색에 매료됐던 김환기는 불투명한 바닷물과 투명한 하늘이 만나 만들어낸 고향 전남 신안 안좌도(옛 기좌도) 앞바다의 물빛을 청색과 망간의 섬세한 회청색을 두텁게 발라 표현했다. 간결한 구도의 ‘산월’과 ‘월광’은 그 대표작 중 하나다.

원래 추상화를 그렸던 김종학은 1979년 설악산에 정착한 후 현란한 색감과 색채 배합을 통해 민족 고유의 정서를 재창조했다. ‘설악산 풍경’에서 볼 수 있듯이 초록색 풀을 바탕으로 빨간 꽃을 대비시켜 싱그러운 여름의 정서를 표현했다. 특히 즉흥적인 붓 터치와 일정한 방향성을 갖지 않는 붓질은 무심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한국적 정서와 통한다.

색채화가의 대명사인 이대원은 소나기가 쏟아지는 듯한 서예적 필법과 점묘법을 즐겨 사용해 청전 이상범은 그의 작품을 ‘서양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라고 규정할 정도였다. 녹색과 붉은색의 전통적 보색대비를 채용한 ‘농원’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전시를 기획한 이 교수는 “옛사람들은 오방색보다는 보색대비의 다양한 색감을 애호했다”며 “이들의 인기는 대중에게 친숙한 고유의 색채감각을 재현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내달 11일까지. (02)549-7575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