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조환익 사장, '송전탑 갈등' 밀양에 올해만 25번 방문…용광로 직접 뛰어드는 소통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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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오피스 - 발로 뛰는 리더십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조 사장의 SOS 경영
Speed, 생각을 빨리 실천에 옮겨라
Openness, 개방적 사고를 하라
Softness, 유연하게 생각하라
조 사장의 SOS 경영
Speed, 생각을 빨리 실천에 옮겨라
Openness, 개방적 사고를 하라
Softness, 유연하게 생각하라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이성부 시 ‘봄’ 중에서)
지난 4월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 있는 시의 일부분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돼 한전 직원 7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고,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던 때였다. 조 사장은 편지에서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며 “잔인한 4월이 지나고 화사한 꽃단장을 하는 5월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달에 한번 직접 편지 써 지친 직원들 마음 달래기
작년 12월 한전 사장으로 임명된 조 사장은 한 달에 한 번꼴로 2만명 직원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자필로 편지를 쓰면 실무진이 타이핑을 해 이를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낸다. 지난 2월에는 설 인사 편지를 보내면서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 되는 시절이라 세뱃돈은 항상 동전이었다”며 “그중 상당 부분은 어머니께 자진 납부해야 했지만 그래도 참 신이 났었다”고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편지를 통해 간부들을 무섭게 꾸짖기도 했다. “과거 몇 년간 휴가를 한 번도 안 갔다고 자랑하는 간부들이 있지만 조금도 존경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간부들이 솔선해 자기 휴가를 찾아 쓰고, 부하 직원들의 휴가 기간을 잘라 먹는 야만적인 짓을 절대로 하지 말기 바랍니다. 3대가 저주받을 것입니다.” 조 사장의 무서운 저주(?)에 일부 간부는 움찔했지만 대다수 직원은 통쾌해 했다고 한다.
조 사장은 ‘고난의 시기’에 한전을 맡았다는 게 한전 주변의 평가다. 이명박 정부 막바지에 임명됐기 때문에 그의 임기는 길어야 6개월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런 시한부 최고경영자(CEO)에게 주어진 과제는 산더미처럼 많았다. 우선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다. 지난 5년 동안 쌓인 56조85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10년이나 곪아온 밀양 송전탑 갈등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과제는 지친 직원들의 마음을 추스르는 일이었다. 조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 밀양 사태 등을 겪으면서 한전은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며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편지를 쓰기로 작정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글쓰기’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직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한 직원은 “편지를 읽으면서 친정아버지가 생각나 가슴이 먹먹한 적도 있다”고 했다. 조 사장의 편지는 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이는 한전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직원들은 평가한다.
언론기고 8번, 인터뷰 16번…발로 뛰는 소통
조 사장은 안에서는 편지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밖에서는 직접 발로 뛰면서 소통하고 있다. 한전은 공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대민(對民) 업무가 많은 곳이다. 전기가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력산업은 ‘갈등의 용광로’라고 할 정도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한전 CEO의 조건으로 소통 능력이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전임 사장들은 외부 소통보다 내부 업무에만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 조 사장은 내부에 집중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초고압(765㎸) 송전탑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경남 밀양시를 스물다섯 번 찾았다.
언론을 통한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올 들어 현안과 관련한 언론 기고는 여덟 번, 인터뷰도 열여섯 번 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재개한 지난달에는 잇따라 방송에도 나갔다.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한전의 입장을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스피드’…안되면 언제나 SOS 해라
조 사장은 직원들에게 언제나 ‘SOS’ 하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스피드(speed)’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생각이 들면 빨리 실천에 옮기라고 독려하는 것이다. 안 되면 사장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얘기다. 남들보다 30분 빨리 행동하고 10분 먼저 일어나면 어느 순간 상당히 앞선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조 사장의 지론이다. ‘개방적 사고(openness)와 유연한 생각(softness)’도 조 사장이 직원들에게 주문하는 단골 메뉴다. 이를 위해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그는 “태양을 향해 쏜 화살이 해바라기를 향해 쏜 화살보다 멀리 나간다”며 “직원들이 무엇보다 스스로를 계발하고 설계해 더 큰 뜻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취임 후 스스로 권위적 요소를 없애기도 했다. 우선 CEO 전용 엘리베이터를 없앴다. 해외 출장은 주말을 이용해 짧게 다녀온다. 지난 1월에는 1박4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다녀왔다. 또 외부 일정이 있으면 수행하는 직원도 최소화한다.(→스스로 권위적 요소 없애)밀양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수행비서 한 명만 같이 간다. 지난 여름에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집무실에서 선풍기도 틀지 않고 업무를 봤다.
조 사장은 지난 11개월반 동안 많은 과제를 해결했다. 우선 밀양 송전탑 건설을 어렵게 다시 시작했다. 일부 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전은 판단하고 있다. 늦어도 내후년 상반기에는 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들어 별다른 잡음 없이 전기요금을 10% 가까이 올린 것도 성과다. 하지만 전력 소비가 많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조 사장은 다시 한번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많이 어렵겠지만 전력 위기에 맏형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줍시다. 한전의 저력을 보여줍시다. 이것은 연습 상황이 아니고 실제 상황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지난 4월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 있는 시의 일부분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돼 한전 직원 7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고,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던 때였다. 조 사장은 편지에서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며 “잔인한 4월이 지나고 화사한 꽃단장을 하는 5월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달에 한번 직접 편지 써 지친 직원들 마음 달래기
작년 12월 한전 사장으로 임명된 조 사장은 한 달에 한 번꼴로 2만명 직원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자필로 편지를 쓰면 실무진이 타이핑을 해 이를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낸다. 지난 2월에는 설 인사 편지를 보내면서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 되는 시절이라 세뱃돈은 항상 동전이었다”며 “그중 상당 부분은 어머니께 자진 납부해야 했지만 그래도 참 신이 났었다”고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편지를 통해 간부들을 무섭게 꾸짖기도 했다. “과거 몇 년간 휴가를 한 번도 안 갔다고 자랑하는 간부들이 있지만 조금도 존경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간부들이 솔선해 자기 휴가를 찾아 쓰고, 부하 직원들의 휴가 기간을 잘라 먹는 야만적인 짓을 절대로 하지 말기 바랍니다. 3대가 저주받을 것입니다.” 조 사장의 무서운 저주(?)에 일부 간부는 움찔했지만 대다수 직원은 통쾌해 했다고 한다.
조 사장은 ‘고난의 시기’에 한전을 맡았다는 게 한전 주변의 평가다. 이명박 정부 막바지에 임명됐기 때문에 그의 임기는 길어야 6개월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런 시한부 최고경영자(CEO)에게 주어진 과제는 산더미처럼 많았다. 우선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다. 지난 5년 동안 쌓인 56조85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10년이나 곪아온 밀양 송전탑 갈등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과제는 지친 직원들의 마음을 추스르는 일이었다. 조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 밀양 사태 등을 겪으면서 한전은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며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편지를 쓰기로 작정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글쓰기’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직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한 직원은 “편지를 읽으면서 친정아버지가 생각나 가슴이 먹먹한 적도 있다”고 했다. 조 사장의 편지는 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이는 한전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직원들은 평가한다.
언론기고 8번, 인터뷰 16번…발로 뛰는 소통
조 사장은 안에서는 편지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밖에서는 직접 발로 뛰면서 소통하고 있다. 한전은 공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대민(對民) 업무가 많은 곳이다. 전기가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력산업은 ‘갈등의 용광로’라고 할 정도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한전 CEO의 조건으로 소통 능력이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전임 사장들은 외부 소통보다 내부 업무에만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 조 사장은 내부에 집중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초고압(765㎸) 송전탑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경남 밀양시를 스물다섯 번 찾았다.
언론을 통한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올 들어 현안과 관련한 언론 기고는 여덟 번, 인터뷰도 열여섯 번 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재개한 지난달에는 잇따라 방송에도 나갔다.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한전의 입장을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스피드’…안되면 언제나 SOS 해라
조 사장은 직원들에게 언제나 ‘SOS’ 하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스피드(speed)’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생각이 들면 빨리 실천에 옮기라고 독려하는 것이다. 안 되면 사장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얘기다. 남들보다 30분 빨리 행동하고 10분 먼저 일어나면 어느 순간 상당히 앞선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조 사장의 지론이다. ‘개방적 사고(openness)와 유연한 생각(softness)’도 조 사장이 직원들에게 주문하는 단골 메뉴다. 이를 위해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그는 “태양을 향해 쏜 화살이 해바라기를 향해 쏜 화살보다 멀리 나간다”며 “직원들이 무엇보다 스스로를 계발하고 설계해 더 큰 뜻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취임 후 스스로 권위적 요소를 없애기도 했다. 우선 CEO 전용 엘리베이터를 없앴다. 해외 출장은 주말을 이용해 짧게 다녀온다. 지난 1월에는 1박4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다녀왔다. 또 외부 일정이 있으면 수행하는 직원도 최소화한다.(→스스로 권위적 요소 없애)밀양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수행비서 한 명만 같이 간다. 지난 여름에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집무실에서 선풍기도 틀지 않고 업무를 봤다.
조 사장은 지난 11개월반 동안 많은 과제를 해결했다. 우선 밀양 송전탑 건설을 어렵게 다시 시작했다. 일부 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전은 판단하고 있다. 늦어도 내후년 상반기에는 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들어 별다른 잡음 없이 전기요금을 10% 가까이 올린 것도 성과다. 하지만 전력 소비가 많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조 사장은 다시 한번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많이 어렵겠지만 전력 위기에 맏형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줍시다. 한전의 저력을 보여줍시다. 이것은 연습 상황이 아니고 실제 상황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