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6일 오후 2시12분

수년간 자취를 감췄던 ‘꼼수’ 우회상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허술한 우회상장 기준을 파고들어 직상장 수준으로 강화된 우회상장 심사를 교묘하게 피해 가는 수법이다. 한국거래소는 현행 규정으로는 이 같은 ‘꼼수’ 우회상장을 막을 길이 없다고 판단해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

○주식교환 직전 수상한 사전작업

26일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에 따르면 장외 신약 개발업체 카이노스메드는 코스닥 무선통신 솔루션업체 포인트아이와 주식교환을 발표하고 증시 입성을 시도하고 있다. 카이노스메드 주주들에게 주당 0.5734주의 비율로 포인트아이 신주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식교환이 마무리되면 카이노스메드는 포인트아이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고, 카이노스메드 주주는 포인트아이 주주가 된다. 7~8년 전 우회상장 전성기 때 자주 쓰던 방식이다.

신주 발행규모는 598만주(336억원)에 달해 카이노스메드 주주들은 포인트아이 지분 45.73%를 보유하게 된다. 반면 포인트아이 최대주주인 에핑헴튼앤컴퍼니의 지분은 현재 20.13%에서 10.59%로 줄어든다.

하지만 카이노스메드는 거래소의 우회상장 심사를 받지 않는다. 현행 상장 규정은 비상장사 최대주주가 주식 교환 후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때만 우회상장으로 보기 때문이다. 카이노스메드 최대주주인 이기섭 대표는 주식 교환 후 포인트아이 지분이 9.11%로 에핑헴튼앤컴퍼니를 넘지 않는다.

시장에선 카이노스메드가 주식교환 발표 직전 우회상장 심사를 받지 않기 위해 사전작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와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보유해온 공동 창업자 강명철 대표는 주식교환 발표 전에 보유지분 대부분을 정리하고 등기임원 자리에서 내려왔다. ‘타미플루’ 개발자로 유명한 김정은 박사(3.17%)를 비롯해 김소형 이사(1.44%) 등 핵심 임원들도 비등기임원이어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IB) 담당자는 “우회상장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보고 우회상장 기준을 피해가기 위해 대주주 지분을 ‘파킹’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우회상장 제도 보완”

2007년 창업한 카이노스메드는 신약 개발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총 3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파트너스벤처캐피탈 등 벤처캐피털 10곳 이상이 잇따라 투자했지만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카이노스메드는 에이즈 치료제 임상 1상을 완료했으나 가시적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매출은 833만원에 불과했고 순손실은 93억원에 이른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 5000만원, 순손실 15억원을 냈다.

거래소는 우회상장 제도를 추가로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년 전 네오세미테크 퇴출 사태 이후 부실기업의 뒷문 입성을 막기 위해 우회상장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도 우회상장 해당 여부를 가리는 기준은 손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카이노스메드 사례는 우회상장 기준을 교묘하게 피하기 위한 흔적이 보이지만 규정상 우회상장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보완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포인트아이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해 놓고 있다. 포인트아이 관계자는 “현행 규정을 위반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고 문제없이 주식교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