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대부업체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대출 중개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최대 5%로 제한하자 중소 대부업체들이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퇴출된 개인 대부업자 대부분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들어가 음성화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대부업체 위주로 재편
26일 대부금융협회(대부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는 9516개로 작년 말 1만1196개보다 1680개(15.0%) 감소했다. 대부업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여서 일정 요건만 갖추면 영업할 수 있다.
대부협회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 들어 연말까지 2000개의 대부업체가 등록을 취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업체는 2010년 6월 1만5380개로 최고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1만개 이하로 줄었다.
등록을 취소한 대부업체는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로 조사됐다. 법인 대부업체는 2009년 말 1350개에서 지난해 말 1700개까지 늘어난 데 비해 개인 대부업체는 1만3430개에서 9180개로 4000개 이상 줄었다.
법인 대부업체가 늘고 개인 대부업체가 줄어든 것은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중개수수료 상한제’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대출 중개인에게 대출금액의 5% 이상 수수료를 지급할 수 없도록 했다.
대형 대부업체는 광고와 기존 고객에 대한 재대출 등 직접대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출 중개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러시앤캐시, 산와대부 등 대형 대부업체는 광고비만 연간 200억~300억원을 쓰고 있다. 한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 대출 중개인이 소개한 대출 비중이 70%대로 작년 말(90%대)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이에 비해 개인 대부업체는 90% 이상의 대출을 중개인에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가 줄면서 대출 중개인이 이탈,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들이 연 10%까지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등 대형업체 위주로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대부업체 사채업 변질 우려
업계에서는 최근 등록을 취소한 영세 대부업체들이 2002년 대부업법이 생기기 이전처럼 불법 사채업자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대부업법이 시행되면서 불법사채를 하던 사람들이 양지로 나왔었는데 다시 대부업체의 음성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불황에 따른 영업여건 악화와 더불어 대출금리 인하 압박 등 각종 규제가 개인 대부업체들을 사채업자로 돌아가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형 대부업체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나서서 강하게 단속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