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화제가 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취업실패기'
“사장님 같은 분에게도 이런 취업 실패 경험이 있었다는 걸 상상도 못했네요.”(네티즌 A씨)

“왜 저는 이런 쓴 경험이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오히려 당황스럽네요.”(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정태영 사장(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린 미국에서 겪었던 ‘취업실패기’가 취업준비생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채용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미국에서 겪었던 취업 도전기가 생각났다”며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정 사장은 1983년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1987년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부터 그의 취업전쟁이 시작됐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 사장은 “유학한 직후엔 영어가 서툴렀으나 1980년대 한국시장은 매력이 덜해 미국에서 취업하기로 했다”며 “미국 취업 도전기는 아픈 경험이 넘친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사장이 도전한 회사는 다국적 기업, 제조업체, 컨설팅 회사, 은행 등 다양했다.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회사는 제너럴일렉트릭(GE). 그는 “서류심사에서 떨어져 면접도 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2003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이 된 그는 이듬해인 2004년 현대캐피탈과 GE, 2005년에는 현대카드와 GE의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켰다. 작년 8월에는 현대캐피탈에서 GE캐피탈코리아를 인수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훗날 GE와 합작회사를 만들고서 GE 회장님한테 채용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강력하게’ (실은 눈치 보며) 항의를 하니 서러움이 가셨다”고 썼다.

그는 면접에서 겪은 ‘굴욕’도 소개했다. 어느 컨설팅 회사와 점심을 겸한 면접 중에 면접관이 먼저 일어나며 ‘계산은 해놓았으니 혼자 식사 끝마치고 가라’고 말했다는 것. 정 사장은 “얘기를 해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던지 먼저 일어났다”며 “혼자서 먹은 가장 쓰디쓴 점심”이라고 회상했다.

자신과 여섯 번의 인터뷰를 진행한 어느 컨설팅회사에 대해선 “나중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떠들었더니 오히려 호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면접관들은 ‘한국 사람들은 대개 겸손하고 조용한데 당신처럼 말 많은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고 그는 기억했다.

정 사장은 뉴욕에 있는 한 은행 입사전형에서 서류심사는 통과했으나 하루 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면접에 가지 못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없는 행동”이었다고 술회했다.

정 사장은 자신의 취업도전 시절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매일 오후에 편지함을 확인하고 우편물을 두려운 마음으로 열어봤지만 대부분은 상냥하게 거절하는 내용의 편지였다”며 “취업이 어렵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요즘이 더 팍팍하다”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