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한류는 한민족의 열정 DNA를 세계가 알아준 것"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원장이 됐다니까 주변에선 제가 연구소를 따로 만들어서 소장으로 간 줄 알더라고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명칭을 바꾼 거라고 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리더군요. 한중연을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울림을 주는 연구기관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여성 최초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수장(16대)으로 임명된 이배용 원장(사진)이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두 달여 만에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한국의 정신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으로 설립된 지 3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국민들이 한중연을 잘 알지 못한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를 만들어 국민들과 접점을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전국 9개 서원을 한중연의 분원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조선시대 영남의 이황과 호남의 기대승이 서로 소통한 것처럼 서원을 거점 삼아 지역 간 소통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이 원장은 한류가 인기를 얻고 한국을 향한 세계인의 시선이 많아지는 때일수록 한중연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다고 했다. 한류의 지속은 한국학이라는 뿌리에서 근원을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한류는 최근 몇십 년 만의 성취로 이뤄진 게 아닙니다. 한민족의 DNA와 열정, 창의, 인본정신이 세계인을 감동시킨 것이지요. 한류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 한국학에서 우리 민족의 차별성을 찾아야 합니다.”

그는 고전에서 세계적인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한중연 장서각에 보관된 국가 왕실 문헌 10만여점, 민간 사대부 문헌 5만여점 등의 자산을 활용해 글로벌 아카이브(파이 저장고)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취임 뒤 살펴보니 연구 성과가 양적으로는 상당하지만 분산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연구들을 규합하면 효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 혹은 국가적인 한국학 이슈가 있을 때 공동연구를 통해 주도적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