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희망버스’라는 정치버스, 절망버스가 또 밀양으로 몰려간다고 한다. 이번 주말 전국 각지에서 70여대의 버스로 프로 시위꾼 2000여명을 동원해 현지에서 송전탑 공사를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버스 측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문규현 신부 명의로 후원계좌를 여는 등 엊그제 행사기획을 공개 발표하면서 참가자 모집을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재개된 기간 SOC 공사가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또 한 번 난관에 봉착할 위기다.

희망을 가장한 정치투쟁 버스가 그간 어떤 일을 벌였는지는 우리 사회가 너무 잘 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몰려가 회사가 거덜 날 지경으로 만들었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백주에 쇠파이프와 죽봉이 난무하는 난장판을 연출했다. 이해 당사자끼리 조심조심 협의해나가는 첨예한 현안에 불쑥 끼어들어 갈등만 키우고 상황을 더 어렵게 했던 바로 그들이다. 아니 문제 상황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번에는 밀양주민들이 나서서 이들의 방문을 사양하고 있다. 송전탑 갈등해소를 위한 5개면 주민대표위원회, 밀양시 사회·봉사단체협의회 등은 어제 대국민 호소문까지 냈다. 주민들은 “송전탑과 무관한, 국론만 분열시키는 불순세력들이 밀양에 총집결해 지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고가려는 획책에 분노를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힐 정도였다. 버스 측은 ‘송전탑 공사 저지는 동시에 핵발전소를 없애라는 싸움’이라고 목청을 돋구고 있으니 주말 밀양의 풍경은 뻔하다 할 것이다.

8년간 제자리를 맴돌다 공사재개 두 달 만인 엊그제서야 송전탑 하나가 겨우 완공됐다. 이 지역 송전탑 52기가 모두 완공되려면 내년 5월은 돼야 한다는데 또 공사가 방해받는다면 내년 여름 전력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테러리즘적 시위를 언제까지 내버려둬야 하나. 고도화한 도시게릴라적 전술로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시위꾼들은 누구인가. 밀양이 무법천지가 되면 경찰 책임도 엄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