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7일 오후 2시52분

[마켓인사이트] 대한항공 회사채 덮친 '풍랑'
국내 최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에 해운업 위기의 여진이 밀려들고 있다. 채권투자자들이 계열사 한진해운 지원에 따른 부담을 우려해 채권값을 크게 할인 거래하고 있어서다.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신규 자금조달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BBB급’ 금리에 거래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한항공 41회 채권은 전날 장외시장에서 연 4.18% 수익률에 거래됐다. 내년 2월8일 만기를 맞는 이 채권은 한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액면 100억원어치 물량을 증권사 간에 주고받는 과정에서 모두 300억원어치 거래가 체결됐다.

이 같은 거래금리는 ‘BBB’ 등급 회사채에 어울리는 수준이다. 대한항공과 같은 신용등급(A-)을 갖춘 잔존만기 3개월짜리 회사채의 평균 유통 수익률(민평금리)은 연 3.2%대로 1%포인트 가까이 낮다. 대한항공 신용등급이 불과 2주 전만 해도 ‘A’로 지금보다 한 단계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값이 상당폭 떨어져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금융회사들의 대한항공 채권 할인 매각은 지난 22일에도 감지됐다. 보험회사와 자산운용사가 보유 물량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내년 5월16일 만기인 42-1회 채권을 평균 연 5.61%에 거래했다. 마찬가지로 신용등급이 2~3단계 낮은 회사채 거래 수익률에 해당한다.

채권 거래 수익률 상승은 투자자들이 전보다 회사의 신용 위험을 크게 느끼고 있음을 반영한다. 한 증권사 리스크관리 총괄 임원은 “경기침체와 경쟁 심화로 영업환경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계열사 지원을 결정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추가 지원 검토”

채권 투자자들은 대한항공이 고전하는 계열사 지원을 위해 더 많은 현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대여한 데 이어 추가 지원을 검토 중이다. 이날 “한진해운 유동성 지원과 관련, 추가 대여 및 증자를 검토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공시했다.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빚이 가장 많은 회사 중 하나로 지속적인 계열사 지원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총차입금은 9월 말 현재 15조1597억원에 이른다.

영업실적 부진으로 올 들어 신규 자금조달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년에 수차례씩 발행하던 공모 회사채는 지난해 12월13일을 끝으로 모두 사모 방식으로 전환했다. 공개적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가 수요 미달로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정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 다수의 해석이다. 웅진, STX,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회생절차 신청 사태를 겪으면서 비우량 회사채 수요가 크게 위축된 것도 공모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었다.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자산매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에) 항공기 매각 후 리스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