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2175억 유상증자…쉰들러·현대그룹 갈등 재점화
현대엘리베이터가 21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아게와 현대그룹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 쉰들러는 1년 만에 처음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장내 매입하면서 현대그룹 측을 압박했다.

스위스 엘리베이터 업체 쉰들러홀딩아게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진과 이사진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2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하는 주식에 대해 일반공모하는 방식이다. 주당 3만6250원에 보통주 600만주가 새로 발행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는 40.1%를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등 현대 계열사다. 쉰들러는 30.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앞서 지난해 12월 820억원, 올 6월에도 9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업황악화와 경영권 방어를 위한 파생상품 계약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최근 1년 새 세 번째 유상증자에 나섰다. 쉰들러는 현대그룹을 상대로 3건의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올초엔 신주발행 금지소송도 냈다.

쉰들러 관계자는 “파생 계약은 현대상선 주가가 상승해도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익을 보지 못하고 손실만 보전하는, 일방적으로 현대상선에만 유리하게 맺어진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쉰들러는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5000주를 지난 20일 장내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취득으로 쉰들러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은 421만6380주(30.93%)로 늘어났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산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1년 만이다. 쉰들러는 지난해 12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별도로 6만4186주를 장내매입했다. 그러나 올 6월 증자에 불참하면서 지분율이 35%에서 30%대로 하락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