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자폐증 어린이들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네덜란드 기업인 아우티터치는 미국 기업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지원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베스 수잔이라는 강사를 찾았다. 수잔의 직업은 미국에서 통하는 발표법을 가르쳐주는 강사. 아우티터치가 준비한 발표 자료에는 대표의 경력과 자폐증의 정의, 제품 설명이 전부였다.

수잔은 아우티터치 대표의 남동생이 자폐증이란 것을 알고 스토리를 앞세운 감성적인 발표를 준비하도록 조언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아우티터치는 2등 상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외국 기업인들에게 미국 투자자와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강사가 뜨고 있다”며 27일(현지시간) 이 같은 사례를 전했다.

수잔과 같은 강사들은 하루에 1000~5000달러(약 106만~530만원) 정도를 받고 외국 기업인의 화법, 발표 자료 등을 미국식으로 바꿔주는 등 전반적인 컨설팅을 해준다. 영어 발음과 보디랭귀지도 교정해준다. 강사들은 고객의 영어에서 모국어 억양을 없애고 미국식 약자, 경영 용어 등을 알려준다.

제품과 회사의 장점을 강조하며 ‘포장’해 설명하는 법도 가르친다. 꾸미는 것을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럽인의 특징 때문이다.

독일 최대 미디어그룹인 베르텔스만 자회사 베르텔스만디지털미디어투자의 토비어스 셔머 대표는 “독일 기업인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은 부분만 약속한다”며 “확실히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절대 약속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에 조언을 해주는 크리스토프 솔리치는 “쇼맨십을 발휘하면서 말하는 건 미국인들이 유치원 때부터 배우는 방법이지만 유럽인에겐 익숙하지 않고 고치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