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여권을 이용하거나 응시자를 바꾸는 수법으로 국내에서 토플(TOEFL) 대리시험을 치른 중국인들이 시험장에서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토플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며 대신 시험에 응시한 혐의(업무방해 및 위조사문서 행사)로 J씨(28·여) 등 중국인 4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대리시험을 의뢰한 중국인 4명 가운데 L군(17)을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에 있는 3명을 쫓고 있다.

J씨 등은 대리시험 브로커들의 의뢰를 받아 건당 40만~170만원을 받고 한국에서 토플 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프로그램 큐큐(QQ)와 이메일 등을 통해 의뢰인의 인적사항과 사진으로 위조여권을 만들어 시험장에서 신분증으로 사용했다. 위조여권 사용이 어려운 때는 의뢰인과 시험자 모두 시험장에 나왔다.

L군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시험장에 들어가 신분증 검사를 받은 뒤 화장실에 가겠다며 시험장을 빠져나왔고, 대리시험자 L씨(30)가 비슷한 복장으로 되돌아가 시험을 치렀지만 이를 수상하게 여긴 감독관에게 적발됐다.

경찰은 시험 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ETS)으로부터 “응시료 결제정보 중 신용카드 번호 끝자리와 이메일 주소가 같은 수상한 시험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주말 시험장에서 여권 검사 후 이들을 검거했다.

대리시험자들은 중국 명문대 대학원 박사과정생, 명문대 영어과 학생, 방송사 직원,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으로 120점 만점에 113점을 얻는 등 모두 100점을 넘겨 의뢰인이 필요로 하는 점수를 받게 해줬다. 이들 중에는 한국은 물론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25차례 대리시험을 본 사람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에 10여회 입국해 대리시험을 친 사람도 있으며, 이들은 주로 시험 전날 한국에 입국한 뒤 시험을 치르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