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CADIZ)을 조정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28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싸고 한·중 간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양국 간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한·중 양국은 이날 백승주 국방차관과 왕관중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제3차 국방전략대화를 열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백 차관은 중국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중국 방공식별구역이 한국 측 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부 중첩되고 이어도가 포함된 사실을 지적하며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방공식별구역과 중첩되는 부분에 대해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우리도 국익 보호를 위해 한국 방공식별구역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며 “이번 중국의 조치로 역내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우려했고, 역내 신뢰 증진과 긴장 완화를 위해 역내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도 관련 지적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 정부가 방공식별구역 조정을 위해 양자 협의를 계속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중국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이날 협의회를 갖고 중국 측이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대응해 우리 측도 KADIZ를 남쪽으로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참석자는 “그동안 KADIZ와 관련해 북쪽에 주로 관심을 두다 보니 남쪽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며 “남쪽으로 확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에서 아시아 문제를 총괄하는 에번 메데이로스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최근 비공개로 방한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내주 방한에 앞서 비공개로 서울을 찾은 메데이로스 선임보좌관은 청와대 관계자 등과 만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의 이번 선포가 일방적으로 이뤄졌으며 미·중 간 현안 협력이나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 관계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