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하는 새누리, 항의하는 민주 > 새누리당 의원들이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투표를 진행하는 동안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투표하는 새누리, 항의하는 민주 > 새누리당 의원들이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투표를 진행하는 동안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28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강행처리에 반발,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전면 거부)’을 선언하면서 정국은 또다시 격랑 속에 빠져들게 됐다. 8개월째 이어지는 여야 간 대치 국면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면서 연말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의 보이콧 결정으로 내년 예산안의 연내 처리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은 정기국회 들어 두 번째다.

○몸싸움 없어 … 새누리, 선진화법 혜택

민주당은 이날 황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주도로 처리된 직후 긴급 의총을 갖고 각 상임위원회 활동 등 남아 있는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키로 방침을 세웠다. 의총에서는 새누리당의 강행처리에 대한 의원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보이콧 결정은 당 지도부가 직접 결정한 사항”이라며 “보이콧에 대해 반대하는 의원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29일 긴급 의총을 열어 보이콧 시한 등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며 “지난 15일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교섭단체들에 조속한 협의를 촉구했지만 감사원장 공백이 94일째 지속돼 국정 운영에 많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소속 의원 127명 전원 명의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차원에서 무제한 인사토론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강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국회선진화법에 명시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금지 예외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안으로 이번 표결은 무효”라며 “감사원장 직무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마비법’이란 비판을 받았던 국회선진화법이 이날 새누리당에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 선진화법에 따라 의사진행을 방해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 등 국회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 처벌을 받을 수 있어 과거와 같은 의장석 점거나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강 의장이 무제한 인사토론 요구를 불허한 것도 국회법 위반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 내에선 새누리당에 허를 찔렸다며 지도부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 부대표는 민주당에 “적개심을 버리고 민생으로 돌아오라”고 요구했다.

○민생법안 논의도 줄줄이 스톱

민주당의 보이콧 결정으로 향후 예정된 국회 의사일정은 일단 올스톱될 전망이다. 당장 29일 예정돼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물론 여성가족위원회·안전행정위원회의 내년 예산안 관련 예산결산소위도 파행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의 법률심사소위도 취소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정기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민생·경제활성화 입법 추진은 물론 내년 예산안 처리도 줄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첫 단계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 구성조차 논의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일정이 늦춰지면 연내 처리는 불가능해진다.

국회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면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 편성이 불가피하고 예산 집행이 늦춰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정호/이호기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