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한옥마을은 성북동 한옥마을, 경기 화성시 동탄 한옥마을, 인천 송도 한옥마을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 등이 추진하는 관련 사업 중 단연 선두주자로 꼽힌다.
현대주택의 한 유형으로서 한옥이 생존할 수 있다는 잠재력과 아파트 일변도의 주거문화에서 벗어나 한옥(단독주택) 주거 공동체를 추구한 시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북한산 등 주변 자연경관과 문화재를 연계시키면 서울 서북권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란 점도 호평을 받았다.
은평한옥마을은 서울 진관동 은평뉴타운 3-2지구 단독주택 부지 내 약 3만6766㎡에 조성된다. 하나고등학교 건너편이자 고려 현종이 세운 진관사로 가는 입구에 자리잡았다. SH공사가 분양하는 총 156필지는 한옥주택만 지을 수 있는 단독형, 가게 등 점포를 같이 넣을 수 있는 근린생활형,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들어가는 공익시설용으로 구성된다.
SH공사가 건설하는 2층짜리 모델하우스(생활한옥 시범주택)는 330㎡ 부지에 들어서는 ‘ㄷ’형 한옥이다. 연면적 187㎡ 규모에 사랑방, 마당, 장독대, 텃밭 등 전통 한옥의 특징을 그대로 살렸다.
현대생활에 필요한 편리함도 담았다. 지하에는 오디오·비디오실로 쓸 수 있는 다목적룸을 배치했다. 1층에는 방 3개와 툇마루, 거실, 부엌 등이 들어선다. 2층에는 방 2개를 넣었다. 실내에는 붙박이장, 드레스룸 등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수납공간이 설치된다. 겨울철에 춥다는 한옥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중 창호 시스템도 도입했다. 내년 3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실수요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건축비를 낮추기 위해 SH공사가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한 점도 돋보인다. 인근 은평뉴타운의 전용 84㎡형 아파트의 매매시세는 현재 평균 4억7000만원, 전용 101㎡형은 5억7000만원 수준이다. SH공사에 따르면 은평한옥마을에 부지를 분양받아 집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84㎡형 5억40000만원(토지 구입비 3억6000만원+건축비 1억7000만원), 101㎡형 6억4800만원(토지 4억3000만원+건축비 2억1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를 사는 데 비해 비용이 약 13~14% 더 드는 셈이다.
3.3㎡당 1000만원을 훌쩍 넘기던 한옥 건축비는 700만~724만원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공원이나 보안시설, 쓰레기 자동수거시설 등 토목과 관련된 부대 공사는 모두 마친 상태다. 안전한 주거단지를 만들기 위해 총 18대의 폐쇄회로TV(CCTV) 카메라가 설치·운영된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은평구 ‘u-도시통합관제센터’가 바로 인지하기 때문에 치안이 우수하다.
발생하는 쓰레기는 한옥마을에 설치된 3곳의 자동수거시설과 별도의 수송관로를 통해 악취 없이 처리된다. 서울에서는 최초로 도입되는 시스템이다.
이종수 SH공사 사장 "바쁜 현대인에 처마밑 평온함 제공할 것"
“국내 최고 권위의 ‘한경주거문화대상’이 처음 만든 ‘한옥대상’을 받게 돼 의미가 큽니다. 새로운 주거문화를 개척하는 심정으로 은평한옥마을을 세계의 시선이 머무는 명품 주거단지로 만들겠습니다.”
이종수 SH공사 사장은 “은평한옥마을에 건설하고 있는 한옥 모델하우스는 지하 공간을 활용하고 균형 잡힌 2층으로 설계된 새로운 형태의 도시생활형 한옥주택”이라고 소개했다. 한 예로 가스보일러와 고효율 건식 바닥 난방을 채택해 따뜻하면서 난방비도 절감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빽빽한 빌딩 숲 속에서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고즈넉한 처마 아래에서 일상의 여유와 평온함을 맛보고 싶어한다”며 “도시생활형 한옥주택은 편리하고 보안이 잘돼야 하기 때문에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SH공사는 지난 10월 한옥마을 부지 분양을 시작했다. 친환경적인 한옥 주거촌인 은평한옥마을은 서울 도심과 가깝다는 게 장점이다. 직선거리로 서울시청과 9㎞ 거리다. 부지 분양가를 조성원가보다 낮게 책정했기 때문에 개인과 법인의 문의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미분양 필지는 수의계약으로 전환됐고 다음달에는 165㎡(약 50평) 이하의 소형 필지 43개도 나올 예정이다.
이 사장은 “은평한옥마을 입주자들에게 한옥 건축에 관한 기본 평면과 공정 과정을 제공하고 전담 컨설턴트를 현장에 상주시켜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SH는, 임대주택 건설 앞장…은평뉴타운 등 도시개발 사업도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1989년 설립된 지방공기업이다. 창사 이후 임대주택 13만2000가구, 분양주택 8만1000여가구를 서울시민에게 공급했다. SH공사는 택지 개발부터 주택 건설, 개량, 분양, 관리에 이르기까지 ‘주거안정과 삶의 질 향상’이란 목표 아래 주거복지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 시행·시공사로는 최초로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장기안심주택과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월 임대료가 수만원에 그치는 주택부터 전세보증금이 1억~2억원대에 달하는 임대주택까지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중산층을 모두 아우르는 임대주택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에는 서울시내 10곳에서 아파트 3만4584가구를 공급했다. 이 중 분양 아파트가 1만5529가구, 장기전세주택 1만225가구, 기타 임대 8830가구 등이다.
SH공사는 임대주택 입주민들을 위해 건강관리 서비스와 일자리 제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은평뉴타운과 동남권유통단지, 마곡지구 등 서울시의 굵직한 도시개발 사업도 직접 수행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