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이야기 반복·강조해도 왜 회의 결과는 실행이 안 될까
“소통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말 중요한데 잘 안돼요.” “이유가 뭘까요?” “이유를 알면 벌써 해결했겠죠. 문제는 직원들이 도통 내 얘기를 듣지 않아요. 회의할 때는 잘 듣는 것 같은데, 실행되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인사관리 컨설팅을 할 때면 경영자로부터 거의 예외 없이 듣게 되는 하소연이다. 그들은 경영 현장에서 소통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소통의 중요성을 부르짖어 왔다고 한다. 중요한 얘기는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도통 개선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소통 채널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사업과 관련한 지시를 내리는 미팅만이라도 제대로 순기능적으로 작동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경영자가 주관하는 몇몇 미팅에 참석해 관찰해 본다. 그리고 발견한다. 어느 기업이나 자신들의 얘기가 실행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말하는 경영자의 미팅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경영자가 미팅을 소집한다. 미팅 참가자들은 예외없이 왼손에 다이어리, 오른손에 볼펜을 우선적으로 챙긴다. 그리고 경영자가 오기 전 회의실에 모여 어떤 자리에 앉을지를 결정한다. 경영자 바로 아래 직급의 참석자는 경영자가 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리와 가장 사각지대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나면 경영자의 정면에는 그 미팅에 소집된 사람 중 가장 아래 직급의 직원이 반(半)강제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렇게 자리를 잡게 되면 경영자는 항상 늦게 입장한다.

그리고 곧바로 안건에 돌입, 대부분의 시간을 경영자 자신의 일방적인 얘기로 소진한다. 전달하고 지시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은 이런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 온 다이어리에 무엇인가 열심히 적는다. 한참 동안 자신의 얘기로 미팅 대부분의 시간을 독점한 경영자가 얘기를 다했다고 생각하면, 극히 일부의 시간을 질문과 대답에 할애한다.

자신이 하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참석자들의 수동적이고 짧은 대답이 분절돼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이 지나면 경영자는 다른 할 얘기는 없느냐고 의례적으로 물어 본 뒤 미팅을 종료한다. 자신이 할 얘기는 다했다고 생각하면서….

경영자에게 왜 그 미팅을 하느냐고 물어본다. 특정 내용을 직원들에게 전달해 그들이 실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팅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진행된다. 효율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팅의 궁극적인 목적과는 다른, 효과가 없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다.

미팅의 필요는 미팅을 소집한 경영자에게 있다. 그래서 할 얘기가 많다. 하지만 미팅에서 자신이 할 얘기를 충분히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미팅 뒤에 행동으로 실현할 주체는 경영자가 아니라 그 미팅에 불려온 직원들이다. 경영자가 얘기를 얼마만큼 했느냐가 아니라, 직원들이 그 미팅에서 지시·전달받은 사항을 제대로 이해해 미팅 뒤에 그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했느냐가 핵심이다.

본질에 맞는 미팅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경영자가 미팅 시간을 독점해서는 안된다. 미팅에 참석한 직원 개개인이 미팅 후 어떤 행동을,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자 혼자 일방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돼서는 안된다. 말하는 사람은 몰입도가 높지만, 듣는 사람은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그 역할을 수시로 바꿔 듣는 사람도 말하는 역할을 자주 줌으로써 몰입도를 높여줘야 한다.

듣는 역할을 주로 하는 직원에게 말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말하는 기회가 ‘피드백’이다. 경영자가 지시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미팅 뒤에 어떤 일을,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원 스스로 정리해 말하는 순간 그 일은 자신의 것이 되어 책임감이 생긴다. 피드백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했음을 알리는 것으로, 그 과정은 자신이 할 일에 대한 계획에의 동참을 의미한다.

많은 경영자가 소통이 안 된다고 얘기한다. 자신의 얘기가 행동으로 실현되지 않는다고 한다. 직원들을 탓하기 전에 소통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채널을 통해 실행하고 있는지 우선적으로 되돌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