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류·패션 중견그룹 지배사 '매출제로'
섬유산업은 한국경제를 일으킨 바탕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산업의 기둥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유명 섬유업체들은 지난 1960~70년대만 해도 단순히 섬유를 제조하고 가공하는 일에 몰두했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유럽과 미국 등의 선진국 ‘패션 비즈니스’가 유입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패션산업’이 본격 성장을 시작했다.

특히 여성의 미적 욕망을 자극하는 패션산업은 ‘불황을 타지 않는 산업’으로 인기를 구가하면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여성복 전문 브랜드인 ‘베스띠벨리’, ‘씨’ 등을 런칭하며 의류 중견그룹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신원그룹’도 국내 패션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며 명맥을 잇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원그룹은 현재 지주회사격인 신원을 비롯해 국내외 총 15개 계열사로 구성됐다.

지난 2011년 신원그룹 계열사들(연결기준)은 총 매출액 약 5357억원, 영업이익 약 12억원, 당기순이익 약 3.4억원 등을 각각 시현했다.

또 2012년에는 총 매출액 약 5784억원, 영업이익 약 5.8억원, 당기순손실 약 101억원 등을 기록하며 매출은 올랐지만 순이익 면에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 출신 CEO, 여성의 미적 욕망 자극 사세 확장

글로벌 의류·패션 중견그룹 지배사 '매출제로'
신원그룹은 지난 1973년 창업주인 박성철 회장이 설립한 신원통상이 그 전신이다. 전남 신안 출신의 창업자 박성철 회장은 ‘산업경제신문’ 기자 및 논설위원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언론계를 떠난 후 신원통상을 창업했다.

신원통상은 1984년 5천만불 수출의 탑을, 1987년 금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할 정도로 사세가 빠르게 확장됐으며 1988년에는 증권시장에 주식을 공개하며 상장회사의 면모를 갖추었다.

또한 같은 해 11월에는 내수본부(에벤에셀 사업부)를 신설했고, 1990년 9월에는 지금의 상호인 신원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와 함께 여성복 전문 브랜드 ‘베스띠벨리’와 ‘씨’를 런칭했다.

‘베스띠벨리’와 ‘씨’는 여성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고, 이에 신원의 사세는 더욱 확장됐다. 또 1994년 글로벌 경제지인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우량 중소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1997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중국 현지법인 청도신원복장유한공사 등을 각각 설립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불어 닥친 1998년 외환은행과 워크아웃 협약을 맺었다. 이후 경영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1999년에 계열사인 신원JMC, 신원유통 등이 신원과 합병됐다.

구조조정 끝에 2001년 워크아웃 자율경영 추진기업으로 선정됐고, 2003년에는 워크아웃 체제에서 벗어났다. 그 후 2004년 개성 법인을 세웠고, 그 이듬해인 2005년에는 개성공단에서 최초로 패션쇼를 개최했다.

또한 2006년 중국 상하이 현지법인, 2008년 방글라데시 지사, 2009년 뉴욕 지사 등을 각각 설립하며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2010년에는 신원네트웍스, 신원지엘에스 등의 계열사를 설립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신원은 현재 베스띠벨리, VIKI, INVU 등의 여성복 브랜드 및 지이크, 지이크 파렌하이트의 남성복 브랜드 등의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또 니트, 스웨터, 핸드백 등을 OEM방식으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신원그룹 지배하는 비상장기업 소유주 ‘베일’

신원그룹은 현재 지주회사격인 신원 중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신원은 신원네트웍스, 신원지엘에스 등 국내외 총 14개 계열사의 지분을 33%~100%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그룹 내 신원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가 신원의 지배하에 있는 셈이다.

또한 신원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28.42%를 보유한 비상장 기업인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 나머지 주주는 모두 지분 5% 미만의 소액주주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정작 신원그룹을 지배하는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의 지배구조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감원에 최초 공시된 2006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 상에 명시된 최대주주는 이동훈씨로 지분의 40%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후 2008년 까지는 동일했으나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감사보고서에는 주주구성 관련 내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신원그룹 홍보실 관계자자는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는 신원그룹 광고의 일부를 대행하는 업체다”며 “박성철 회장 지인들이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을 뿐 정확한 지분구조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박 회장 소유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과 관련해 그는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에서 박 회장의 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원그룹 내 재무팀도 같은 답변을 해왔다.
글로벌 의류·패션 중견그룹 지배사 '매출제로'
신원그룹 지배 기업, 박성철 회장 3자녀 모두 임원

한국기업데이터의 기업신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의 경영진은 현재 정만식 대표이사를 비롯해 박정주 이사, 박정환 이사, 박정빈 이사, 김미경 감사 등이다.

이 중 박정빈 이사의 경우 신원그룹의 부회장직을 함께 역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원그룹 관계자는 “박정빈 부회장이 박성철 회장의 차남이다”고 확인해 주었다. 아울러 박정주·정환 이사 등도 모두 박 회장의 아들들이었다.

또한 이들 형제들은 모두 박 회장은 소유하지 않은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신원그룹은 박성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진두지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박 회장 소유 주식이 전혀 없다는 것은 다소 의문스럽다”며 “또한 비상장기업인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의 지배구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박 회장 소유의 지분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이미 경영 승계 작업이 마무리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 마저도 정확하게 지배구조가 밝혀지지 않고 있어 사실상 신원그룹의 현재 소유권과 앞으로의 승계 구도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그룹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 6년간 매출 ‘0원’

한 가지 주목되는 사항은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의 감사보고서 공시가 시작된 지난 2006년부터 단 한 차례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점이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의 2001년 설립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자본금은 이듬해인 2002년 1억원으로 확대되고 2003년에 4억원이 됐다. 이후 자본금은 감사보고서가 공시된 2006년부터 이후 2011년까지 변동이 없다가 2012년 갑작스럽게 대규모 증자가 이루어 졌다.

이 해 발행주식 총수는 1월 11일 232만6545주(23억2654만원), 1월 31일 442만2545주(44억2254만원), 2월 13일 442만2545주(보통주 44억2254만원)·192만9455주(우선주 19억2945만원), 2월 23일 578만2545주(보통주 57억8254만원)·192만9455주(우선주 19억2945만원) 등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새로 발행된 주식수는 각각 192만6545주, 209만9600주, 192만9455주, 136만주 등이다. 여기에 액면가 1000원 보다 비싸게 발행한데 따른 차액인 주식발행초과금은 27억688만원에 달했다.

지난 2006년 말 기준 티앤앰커뮤니케이션즈의 자본금 4억원이 매출 없이 유지를 해오다가 결국 지난해를 기점으로 73억1200만원의 자본투입이 이뤄진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에만 27억여원의 주식발행초과금 투입돼 작년 한 해 동안의 총 자본 투입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은 신원그룹 관계자가 밝힌 대로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가 신원의 일부 광고를 대행한다고 주장한 사실이다.

이와 관련, 회계 전문가는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가 실제 업무를 하고서도 매출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사업을 무료로 해주었거나 아니면 분식을 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후 신원주식 집중 매입 ‘6.83%→28.42%’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는 신원그룹이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들로부터 워크아웃 체제에서 벗어난 2003년 5월 6.83%(34만8838주, 주당가 1만7200원)의 지분 매입을 시작으로 신원의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보유했던 지분 3.42%(17만4419주, 주당가 1만7200원)를 한 차례 매도했을 뿐, 그 후에는 △2005년 9월 2.4%(12만4979주, 주당가 5000원), 1.24%(6만3820주, 주당가 5200원~5962원) △2005년 10월 2.64%(13만6017주, 주당가 6493원~8721원), 2.94%(15만1890주, 주당가 8562원~1만621원), 1.09%(5만5830주, 주당가 9209원~9694원) △2005년 11월 4.71%(24만2810주, 주당가 1만1025원~1만2107원) △2012년 9월 9.99%(1703만8445주, 주당가 1060원) 등을 매입하며 지분율을 단숨에 28.42%까지 끌어 올렸다.

지난 2003년 이후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가 신원의 지분을 매입하는데 들어간 총 금액은 약 28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도가능증권은 2011년 122억원이었으나 지난해 25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또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103억원, 2011년 120억원에 각각 달했다. 이와 동시에 지난해의 경우 투자증권 등 금융사에 매도가능한 주식을 담보제공한 총 자산내역이 100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전혀 없는 회사에서 증자와 차입을 통해 자금을 확보 후 지분을 매입한 것에 대해서 업계와 증권가에서 의혹의 목소리가 나왔다”며 “실제로 일각에서는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의 주식 매입금 중 상당액이 오너가로부터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스카이데일리 김신 기자 skim115@sky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