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株 멈칫하는데 부품株는 원高에도 '씽씽'
자동차 부품주들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등 완성차주들은 외국인들의 사상 최장 기간 연속 순매수 기록이 깨진 10월 중순 이후 상승세가 꺾인 반면, 부품주들의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해외 자동차 업체들의 주문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이후 현재까지 현대차의 주가 상승률은 1.59%에 그쳤으며 기아차는 7.81% 주가가 떨어졌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자동차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0.8% 줄어드는 구조다. 일본 경쟁사가 엔저를 무기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요소다.

자동차 부품주들의 주가 움직임은 완성차 업체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7.34%), 만도(12.55%), 현대위아(14.45), 한일이화(18.63%), 새론오토모티브(10.51%), 코리아에프티(27.54%) 등 주요 부품업체의 주가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부품업체들은 일본 등 해외에서 부품, 기계 등을 조달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보다 환율에 덜 민감하다”며 “세계 자동차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MSCI 자동차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업계 분위기가 좋아 국내 부품주들도 한동안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장 부품업체 중 상당수가 현대차와 함께 해외에 진출한 후 10여년이 흐르면서 글로벌 매출 비중이 50% 안팎까지 올라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 산업의 성장 축이 완성차에서 부품업체로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가격 대비 품질이 높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현대, 기아차 이외의 거래처들을 꾸준히 개척하고 있다”며 “상당수의 기업이 매력적인 고성장 구간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성장 속도가 빠른 중국 지역 매출 비중이 큰 업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