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방문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전 KAIST를 방문해 바이오융합연구소 연구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egkang@hankyung.com
< KAIST 방문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전 KAIST를 방문해 바이오융합연구소 연구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egkang@hankyung.com
대한민국 과학기술 중심지인 대덕연구단지가 29일 출범 40주년을 맞았다. 대덕은 1973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과학입국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학원도시 건설계획’에 따라 첫 삽을 뜨며 출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부친이 건설해 40돌을 맞은 이곳을 찾아 “대덕특구를 중소·중견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창조경제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내놓았다.

○창조경제 핵심 거점 육성

박 대통령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대덕특구 40주년 기념식에 참석, “야산과 구릉지, 배밭이 전부였던 대덕은 세계적인 과학기술도시로 발전했고 한국은 과학 경쟁력 세계 7위의 반열에 올랐다”며 “대한민국을 과학기술 강국으로 이끌어온 대덕특구인 여러분이야말로 중요한 자산이고 21세기를 이끌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원도 자본도 없던 한국이 과학기술에 투자하며 오늘의 성장을 이뤘듯이 이제 다시 한번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을 일으킨다면 오늘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정부 출연 연구원은 민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R&D에 집중하고, 중소·중견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중점 지원해 대덕특구를 중소·중견기업의 R&D 전진기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연의 미활용 특허를 일반에 공개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응용기술을 제공해 중소·중견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창조경제의 허브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기념식 후 KAIST로 이동, 학생들의 연구현장을 방문했다. 움직이는 조명기기 ‘딜라이트’를 개발해 세계적 디자인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심지은 씨, 학교용 스마트 정보기술(IT) 기기를 만들어 KAIST 연구소기업 1호로 창업에 성공한 김성진 씨 등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인문학에서 이공계로 진로를 바꿔 이곳에서 연구하는 권정태 씨(생명과학과 박사과정)와 만나 “과학이 인문학과 만나 융합하면 상상 못 하는 창의력이나 성과가 나올 수 있는데 굉장히 기대가 많이 된다”며 “용기 있는 도전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KAIST를 떠나기 전, 오픈랩 연구소 앞에 모인 학생들에게 “한국의 희망과 미래를 보고 간다”고 말했다. 이공계 출신인 박 대통령은 2008년 KAIST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300조원 부가가치 창출

[대덕특구 40주년] 아버지가 씨앗 뿌린 대덕특구…중소·중견기업 R&D 전진기지로
대덕특구는 대덕연구학원도시 대덕연구단지 대덕밸리 등 그동안 발전 단계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1973년 첫 삽을 뜬 데 이어 1978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시작으로 연구기관들이 본격 입주했고 2005년에는 R&D 성과를 상품화, 창업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지정했다.

대덕에 입주한 정부 출연연, 대학 등의 R&D 기관들은 대한민국의 고속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수출 품목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D램을 비롯해 통신 대중화를 이끈 디지털 전자 교환기(TDX), 이동통신 강국의 초석이 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와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까지 경제 발전의 계기가 된 순간마다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중책을 맡았다. CDMA(56조원) D램(9조원) 디지털 전자교환기(7조원) 등 대덕 연구기관들이 개발한 기술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30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970년대 7개에 불과하던 입주기관은 1400여개로 늘었고 종사 인력도 3000여명에서 6만4000명으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박사급 인력만 1만명이 넘는다. 국내 박사 인력의 10% 이상이 대덕에 모여 있는 셈이다.

김태훈/정종태 기자 taehun@hankyung.com